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달 31일 ‘내란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군경의 핵심 인물이 대부분 구속·기소되고 재판이 시작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1999년 조폐공사 파업 유도 및 옷로비 사건이나 2007년 BBK 주가조작 사건 등 여러 특검이 관련자 기소 이후에 수사 미진 등을 이유로 도입된 적이 있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윤 대통령의 범행 동기를 비롯해 비상계엄과 내란행위 전모 등 밝힐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윤 대통령이 기소됐지만 공수처 수사를 거부해 왔고, 제대로 된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열린 헌법재판소의 4차 변론기일에서 윤석열 대통령 측은 비상입법기구 설립을 담은 ‘최상목 쪽지’를 모른다고 잡아뗐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빼내라고 한 취지였다고 주장했다.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와 중요임무 종사 피의자가 입을 맞춰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마저 부인한 셈이다. 증인으로 나온 김 전 장관은 문건을 자신이 작성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헌재 재판관 세 명에 대해 정치 성향을 문제 삼고 나서면서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우리법 재판소’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과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관들의 정치사법 카르텔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보 성향의 재판관을 심판에서 배제하자는 주장인데, 이는 헌재의 특성상 재판관 구성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설계한 헌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
이렇듯 탄핵심판은 물론 내란 혐의 수사가 윤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 최 권한대행에 의해 번번이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오늘 최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보류한 것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가 예정되어 있기도 하다.
이럴수록 헌재는 절차적 정당성을 철저히 준수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이 늦어지는 것에 대한 비판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한 총리 심판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물론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신속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하지만 한 총리의 탄핵안이 먼저 의결되었기 때문에 이를 뒤로 미루는 것은 온당치 않다. 어떻게든 탄핵심판에 꼬투리를 잡으려는 윤 대통령 측과 여권에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헌재는 절차에 조금이라도 하자가 없도록 심판을 진행해야 한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