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오전 현대유람선 추모 배에 오른 성묘객이 부표를 향해 헌화하고 있다. 2025.1.30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오전 현대유람선 추모 배에 오른 성묘객이 부표를 향해 헌화하고 있다. 2025.1.30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

지금까지 자연장(自然葬)이라 함은 화장한 유골의 골분(骨粉)을 나무나 화초, 그리고 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는 것만을 뜻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그렇게 정해왔다. 그렇다면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보아온, 바다나 산자락에 골분을 뿌리는 방식의 장례는 합법적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개정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지난달 24일부터 발효되면서 산분장(散粉葬)이 자연장의 하나로 공식 인정을 받게 됐다. 육지의 경우 기존의 자연장이 지면으로부터 30㎝ 이상의 깊이에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묻는 방식이었다면 새로 포함된 산분장은 땅 위에 골분을 뿌린 뒤 잔디를 덮거나, 골분을 깨끗한 흙과 함께 섞어 뿌린 뒤 땅에 흡수될 수 있도록 물을 뿌려야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산분장이 허용됨으로써 주목받는 건 흔히 ‘바다장’이라고 불리는 해양장(海洋葬)이다. 개정된 시행령은 산분장 대상지역에 포함되는 해양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육지의 해안선에서 5㎞ 이상 떨어진 바다가 해당된다. 5㎞ 이상의 바다라 할지라도 환경관리해역, 해양보호구역 등에서의 산분은 제한된다. 바다에서의 산분 방법도 구체적으로 정했다. 다른 선박의 항행이나 어로 행위, 수산동식물 양식 등을 방해해선 안됨은 물론이다.

자연장에 관심은 많지만 골분 매장 외에 다른 방식은 찾을 수 없었던 국민들의 입장에선 선택지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동안 당국의 묵인 속에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해양장을 진행해왔던 인천과 경기지역의 유람선 업계도 반기는 분위기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해양장 행위가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양성화됨으로써 업계의 수익 창출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인천 앞바다에선 이미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해양장이 시작됐다. 긴 해안선을 갖고 있는 경기도 지역 바다에서도 비슷한 양상일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관련 법령이 현실을 미처 반영하지 못함에 따라 광역이든 기초든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대응지침은 아예 없는 실정이다. 해양장이 합법화된 만큼 이 방식의 장례 수요 또한 크게 늘 것이다. 비용, 안전, 위생, 환경에 대한 크고 작은 부작용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가뜩이나 오염되고 각종 안전사고가 빈발하는 바다다. 탈법과 편법이 관행처럼 자리 잡기 전에 서둘러 현실성 있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