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입사자수의 70%만큼 그만둬
열악한 환경… 대기시간도 길어져
저출산 시대 필수 복지 인프라인 돌봄 종사자들이 일터를 떠나고 있다. 들쭉날쭉한 근무시간과 변동성이 큰 일감, 노동의 대가를 인정받기 힘든 열악한 노동 환경 때문이다.
맞벌이로 양육 공백이 발생한 가정을 찾아가 돌봄을 제공하는 ‘아이돌봄서비스’는 대기시간이 긴 정책으로 악명이 높다. 지난해 아이돌봄서비스 평균 대기시간은 27.7일로, 높아진 출산율의 영향을 받는 올해는 지원 대상 기준까지 완화돼 대기 시간이 더욱 늘 것으로 전망된다.
한달에 달하는 대기 시간은 공급 부족에서 비롯된다.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3천453명이 아이돌보미 활동을 시작했지만 같은 해 입사자의 70%에 달하는 2천433명이 돌봄을 그만뒀다. 현장 종사자들은 정책이 부모의 수요 만족에만 치중하다보니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고 말한다.
광명시에서 돌보미로 일하는 배모(56)씨는 “서비스 이용 하루 전까지는 취소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아 무작정 신청을 해놓고 돌연 이용을 취소하는 부모가 많다”며 “60시간을 채우기 위해 돌봄 이용이 취소된 날은 어쩔 수 없이 연차를 사용한다”고 전했다. 또 군포시에서 돌보미로 일하는 김모(59)씨는 “초과근무를 승인해달라고 매번 말하기엔 부모 눈치가 보인다”며 “30분 넘게 일하고 그냥 퇴근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줄퇴사’는 예정된 결과라는 자조 섞인 평가가 나온다. 종사자의 일하는 환경은 생각하지 않고 정책 만족도에만 신경을 쓴 결과라는 것이다.
제갈현숙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돌보미들의 줄퇴사는 부모의 수요나 기호를 충족하는 데만 신경을 쓰면서 정책을 무작정 확대한 결과”라며 “돌봄의 질은 돌보미들의 근무 여건에서 결정되는 만큼, 돌보미들의 처우를 개선해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