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상권·주민이 설립 ‘이례적’

자산 공동 관리·문화 정체성 강화

사단법인 행궁동 준비위원회 발족식. /(사)행궁동 준비위 제공
사단법인 행궁동 준비위원회 발족식. /(사)행궁동 준비위 제공

‘사단법인 행궁동’ 준비위원회(가칭, 이하 준비위)가 출범하면서 수원의 구도심인 행궁동에 더 큰 활력을 불러일으킬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역 상권과 주민이 주체가 돼 직접 사단법인을 설립하는 사례는 이전엔 볼 수 없었던 형태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킬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3일 준비위는 행궁동 상인과 주민의 협력으로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문화적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준비위에 따르면 사단법인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의 자산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활용하는 것에 있다. 단순히 상권 보호 차원을 넘어 행궁동을 고유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갖춘 지역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실험과 협력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주민과 상인이 함께 투자해 운영하는 시민자산화 프로젝트, 행궁동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콘텐츠 개발을 비롯해 커뮤니티 중심의 문화·예술 행사 등이 핵심 사업으로 포함된다.

준비위 관계자는 “행궁동이 상업화와 관광지화의 흐름 속에서도 본래 가치를 잃지 않고 지속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관리 체계와 커뮤니티 주도의 운영 방식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행궁동을 보존하는 것이 아닌, 지속가능하고 유기적인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사단법인 행궁동 준비위원회 발족식. /(사)행궁동 준비위 제공
사단법인 행궁동 준비위원회 발족식. /(사)행궁동 준비위 제공

이번 출범은 수원 행궁동을 대표하는 로컬크리에이터인 ‘공존공간’이 함께한다. 공존공간은 2024년 중소벤처기업부의 글로컬상권창출팀 사업과 동네상권발전소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만들어질 사단법인 행궁동의 사무국 역할을 맡는다.

수원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있는 행궁동은 최근 몇 년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며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네이버 데이터랩 분석 결과 지난해 기준 20대 여성이 검색한 지역 가운데 ‘행궁동’은 서울의 성수동과 연남동을 앞질렀다. 공존공간은 이 테이터가 행궁동이 MZ세대가 주목하는 공간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러한 상업화는 지역에 변화를 가져왔다. 지역 공동체 결속력을 약화시킬 위험과 함께 젠트리피케이션(도심 인근의 낙후지역이 활성화되며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으로 기존 주민과 소상공인이 내몰릴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또 해외 방문객의 대부분이 서울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경쟁력 확보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히고 있다.

공존공간 측은 “공동체 투자가 참여할 수 있는 ‘주식회사 신도시’를 별도의 법인으로 설립해 공동체 기반의 자산 운영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지역 자산을 활용한 창의적인 창업 모델을 실험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해 지속가능한 로컬 비즈니스 생태계를 조성하는 등 지역 공동체와 경제 생태계가 공존하는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