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입구에 백일해 접종 홍보문이 부착되어 있다. /경인일보DB
소아청소년과 입구에 백일해 접종 홍보문이 부착되어 있다. /경인일보DB

“독감 대유행에 백일해도 조심하세요.”

올 겨울 인플루엔자(독감)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백일해 등 잊혀졌던 호흡기질환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백일해에 감염된 영아가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한 데 이어 최근 대만 유명배우인 서희원이 독감으로 인한 폐렴 합병증으로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며 겨울철 호흡기 질환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집계한 감염병 통계를 분석한 결과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경기도 백일해 환자 발생수는 총 2천786명으로 집계됐다. 2023년 같은 기간 총 26명 환자가 발생했던 것과 비교하면 100배이상 급증했다.

보르데텔라 백일해균이 호흡기 분비물이나 비말을 통해 호흡기로 전파되는 백일해는 평균 7~10일의 잠복기를 거쳐 발작성 기침으로 시작해 구토 등을 유발하고 14일 이상 ‘흡’하는 소리를 내는 특징적인 기침을 한다. 나이가 적을수록 합병증 유발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영유아의 경우 입원치료를 요할 만큼 주의해야 하는 질환이다.

또 가족 내 2차 발병률이 80%에 달할 만큼 전염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학교, 학원 등에서 집단생활을 하면서 면역력이 약한 초등학생들이 최근 급증하는 백일해 환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경기도 백일해 발생환자 중 5세~14세 환자 수는 1천898명으로 전체 환자 수의 약 68%에 달했다. 특히 학기가 진행 중이었던 12월은 1천526명으로, 학교 등 집단생활 등으로 인한 감염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또 시군별로 살펴보면 학령인구가 많은 지자체일수록 감염환자 수가 급증했다. 같은 기간 감염환자 수가 가장 많은 지자체는 용인(60명), 고양(55명), 수원(52명), 오산(51명), 화성(48명), 시흥(44명) 등의 순이다.

이때문에 지자체들도 감염병 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오산시의 경우 주단위로 ‘오산시 감염병 주간소식지’를 발간해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관내에 발생빈도가 높은 감염병을 집계하고 추적 관찰하면서 감염병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시 관계자는 “겨울철 들어 독감 등 호흡기질환 환자 수가 늘고 있고 특히 백일해 환자가 관내에서 급증했다”며 “영유아의 경우 백일해 예방접종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집단생활을 덜 하는 편인데,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경우 집단생활을 많이 하기 때문에 감염에 취약한 편이라 시에서도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구나 이번주,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강력한 한파가 이어지면서 호흡기질환에 대한 각성이 요구된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독감, 백일해 등 호흡기 질환이 급증하는데 건조하고 차가운 공기로 인해 기관지 수축 등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어르신·어린이 등 호흡기 질환에 취약계층은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실내 온도와 습도 유지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오산/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