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김건희 여사 지지자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글. 해당 글은 현재 지워져 있다. /마트노조 제공
지난 3일 오후 김건희 여사 지지자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글. 해당 글은 현재 지워져 있다. /마트노조 제공

“항의 전화 부탁드린다.”

지난 3일 오후 회원 수 8만여명의 김건희 여사 지지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 이런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배지를 달고 이마트 동탄점에서 일하는 직원의 업무 중 모습(사진)·이름이 함께 게시됐다. 글 작성자는 무단으로 사진을 게시한 것도 모자라 점포 내선번호를 적어 항의 전화를 독려했다. 이 카페에는 4일 현재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내용의 글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배지를 달고 근무하는 마트 노동자의 신상을 공유해 위협을 가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은 노동자들의 신변 불안을 우려하며 이날 경찰에 고발장을 냈다.

동탄 사례뿐 아니라, 마트 노동자 피해는 온·오프라인 곳곳에서 감지된다. 마트노조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에서 탄핵 배지를 단 이마트·홈플러스 직원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해당 점포와 본사에 항의 전화를 돌릴 것을 부추겼다. 지난달 30일에는 심지어 ‘STOP THE STEAL’이라는 문구의 망토를 두른 불상 인물이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안을 다니며 탄핵 배지를 단 노동자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4일 마트노조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신상공개, 전화 등을 통해 마트 노동자들에 대한 괴롭힘에 동참한 성명불상자들과 해당 커뮤니티를 협박 등 혐의로 고발했다. /마트노조 제공
4일 마트노조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신상공개, 전화 등을 통해 마트 노동자들에 대한 괴롭힘에 동참한 성명불상자들과 해당 커뮤니티를 협박 등 혐의로 고발했다. /마트노조 제공

마트노조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신상공개, 전화 등을 통해 마트 노동자들에 대한 괴롭힘에 동참한 성명불상자들과 해당 커뮤니티를 협박 등 혐의로 고발했다. 마트노조는 “특정 점포에 대해 좌표를 찍고 공격하자는 선동이 이어지고 있으며, 매장을 돌아다니며 탄핵 버튼 배지를 착용한 조합원을 찾는 행위까지 벌어진다”며 “얼굴과 이름을 적시해 SNS 등에 퍼 나르고 매장에 전화하는 등 도 넘은 협박에 조합원들이 극심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마트노조는 직원들을 향해 실제적 위협이 가해지자 이날부터 근무 중 배지를 착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면서 혹여 발생할 우려가 있는 신변 위협 상황에 대해 점포와 본사 차원의 안전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직원과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회사) 사전 승인 없이 근무시간 내 어떠한 부착물의 착용도 규정을 위배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중단해 줄 것을 노조 측에 공식적으로 전달했다”고 했고, 이마트 측도 “복장 규정상 배지 착용은 불가하고, 패용한 직원들에게 (규정에 따를 것) 권유드렸다”고 말했다.

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가 마트를 돌아다니고 있다. /마트노조 제공
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가 마트를 돌아다니고 있다. /마트노조 제공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