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인천시장이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 자격으로 지방분권 개헌 공론화에 나선다. 개헌 초안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그 방향은 ‘대통령 권한 분산’에 있다.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를 하위기관으로 인식하면 안 되고, 지자체의 법적 지위를 국가와 대등한 위치에서 상호 협력하는 수준까지 격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분권 개헌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대통령 발의로 제안된 헌법 개정안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지방자치 강화’가 반영됐다. 헌법에 지방분권국가 지향성을 명시하고 자주조직권·자치입법권·자치재정권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또 국가자치분권회의를 제2의 국무회의로 신설하는 것도 당시 개정안에 포함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지방분권의 강화는 국민의 강력한 요구이며 변화된 국민의 삶과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1995년 지방자치제도 도입 후 30년이 됐지만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수직적·비대칭적 상하관계에 머물러 있다. 중앙정부는 지자체 자치권을 인정하지 않고 통제·관리의 대상으로 여겨왔다. 협의·조정·심사·심의 등의 각종 제도를 통해 수시로 자치권을 훼손한다. 지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와 정책을 시행하기 전 협의와 의견 조율 절차를 충분히 밟지 않거나 일방적으로 시행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부동산 취득세 감면 조치가 대표적 사례다. 정부는 취득세를 주요 세원으로 삼는 지자체의 강한 반발에도 이 정책을 밀어붙여 ‘지방 재정난’을 유발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1987년 제정된 현행 헌법 체계가 수명을 다했다는 점에 공감하는 여론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현행 헌법은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되기 전 제정돼 지방자치 현실과 지향성을 담아내지 못했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이달 중 지방분권 개헌 초안을 마련하고, 내달 7일 국회 토론회를 시작으로 지방분권 개헌 공론화를 시작한다. 헌법에 ‘지방분권 국가 선언’ 문구를 명시하고 지방정부 권한과 자치권 범위를 설정하는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 주요부처 장관이 17개 시도지사와 머리를 맞대고 지역 주요 현안을 결정하는 ‘제2 국무회의 신설’의 당위성에 대한 토론도 이어질 것이다.
개헌의 내용과 시기를 두고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지방분권 강화는 필수다. 대통령에 집중된 과도한 권한의 분산과 지방분권은 맥락상 상통하기 때문이다. 개헌을 요구하는 정파와 여론이 반드시 유념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