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이 4일 국정협의회 실무협의를 열어 다음 주 초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우원식 국회의장,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참여하는 국정협의회 4자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4자회담에서 민생 현안인 추경 편성과 경제회생 법안인 반도체특별법 등, 이날 실무협의에서 간추린 긴급 현안에 대한 여야정 대타협을 이루어낼지 국내외 관심이 지대하다.
지난해 마지막 날 여야는 비상계엄사태로 촉발된 국정혼란 수습을 위한 현안 처리를 위해 여야정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하지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과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놓고 벌어진 여야의 정치적 대립으로 협의체 가동은 뒷전에 밀렸다. 여론이 무서웠다. 대통령 탄핵정국에도 여야 지지율이 백중세를 보이자 여야는 중도 확장을 위한 민생으로 회귀했다. 이 대표는 민생회복지원금 포기와 반도체특별법 허용으로 우향우했고, 국민의힘은 미온적이던 추경 편성 입장을 바꾸었다.
4자회담 대타협 여부는 12·3 비상계엄 이후 표류했던 국정의 안정과 추락했던 대외신인도 회복에 결정적 장면이 될 것이다. 여야정이 담백하게 국가이익과 민생도모에 집중해야 할 이유다. 내수 경기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가 2022년(-0.3%), 2023년(-1.5%)에 이어 지난해엔 2.2%나 감소했다. 최장기간 감소 통계다. 유동성 공급이 시급하다는 지표다. 최 대행이 여야에 신속한 추경편성을 요청한 배경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15조~20조원 추경 편성으로 성장률 0.2%를 견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52시간 예외 적용이 골자인 반도체특별법과 에너지3법 처리에 합의하면 국내 산업 전반에 청신호를 켤 수 있다. 기업투자 확대를 위한 과감한 조세특례 관련 법안이 뒤따른다면 금상첨화다. 대통령과 대통령권한대행(국무총리)이 모두 탄핵으로 유고 중인 상태에서도 여야정이 국정과 민생 현안을 타협으로 해소한다면, 그 장면 자체로 민심의 동요를 막아 국정을 안정시킬 수 있다. 또한 비상계엄사태 이후의 한국을 불안하게 주시했던 외부의 시선을 바꿈으로써 대외신인도를 일신할 수 있다.
문제는 여야 간의 극단적인 불신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이 대표의 정치적 이익을 한사코 저지해 왔고 그럴 것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 대표의 우클릭 양보가 국민의힘에 힘이 될 것을 우려한다. 정략적 득실로 4자회담 판마저 깨면 최악이다. 국민은 어느 정당이 통 크게 양보할지 주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