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위세가 대단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최고 공신인 그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 임명됐다. 공식 직무를 400억 달러의 예산을 집행하는 미국국제개발처(USAID) 폐쇄로 시작했다. 행정기관 하나를 이메일로 날렸다. 기업 마인드로 미 행정부를 개혁하겠다는 신호탄이다. 트럼프의 절대적 신임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머스크의 뒤통수를 때린 사람이 AI(인공지능)기업 ‘오픈AI’의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이다. 오픈AI의 공동 설립자인 두 사람은 머스크가 지분을 정리하고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를 설립하면서 앙숙이 됐다. 트럼프의 실세가 된 머스크에 맞서 민주당 지지자인 올트먼은 기민하게 변신했다. 초대형 AI프로젝트로 대통령의 마음을 훔쳤다. 트럼프가 취임 이튿날 올트먼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함께 발표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다.
지난 4일 올트먼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났다. 두 사람은 이 회장에게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활짝 열린 AI시대를 맞아 AI시장은 춘추전국의 양상이다. 챗GPT로 범용 AI시장을 선점한 오픈AI를 구글, 메타, xAI 등이 압박하는 가운데, 최근 공개된 중국 토종 AI ‘딥시크’가 게임체인저로 등장해 세계가 경악했다.
스타게이트는 미국에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인프라 독점의 목적은 시장 지배다. 4년간 5천억 달러를 투자하는 초거대 사업이다. 샘 올트먼과 손 회장은 삼성의 AI반도체 생산능력이 절실해 한국을 찾았다.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쓴맛을 본 삼성에게도 기회다. 스타게이트 AI동맹으로 삼성-SK콤비가 AI반도체 시장 지배를 모색할 수 있다. 트럼프가 취임 첫 업적으로 자랑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다. 한국 1등 기업 삼성이 참여하면 트럼프 정권과의 가교도 열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일론 머스크, 샘 올트먼, 손정의, 이재용이 등장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경기도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2022년 7천억원이 넘었던 수원·화성·평택·용인시의 삼성전자 법인지방소득세입이 2023년 5천억원대로 떨어졌고, 지난해엔 0원이었다. 삼성전자의 경영 부침에 경기도 100만 도시들의 예산이 춤춘다. 스타게이트 AI국제동맹, 이재용 회장의 결단이 주목된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