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근로 등 사업주 악용 걱정
워라밸 해치고 생산성 하락 위험
유연근무 활성화 방안·보완 지적
당정이 이달 중 처리를 공언한 반도체특별법(2월5일자 4면 보도)에 대해 반도체 산업현장에선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크게 제기되고 있다.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특례가 악용돼 오히려 반도체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란 지적이다. 이미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는 유연근무제 등의 보완 제도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큰 상황이다.
정부와 국민의힘이 지난 4일 당정 회의를 통해 공개한 반도체 특별법은 주 52시간 근로제에서 연구개발(R&D) 인력들은 적용을 제외하는 내용이다.
반도체 인력들이 신제품 개발 과정 중 일감이 몰리는 6개월~1년 정도의 시제품 집중 검증 기간 동안 근로시간 제약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 현장에선 오히려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하락시킬 우려가 더 큰 것으로 파악된다. 무제한 근로 등 사업주의 제도 악용 사례가 늘어날 경우 인재 유출이 가속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경기도 내 대기업 사업장에서 반도체 생산을 담당하는 이모(30대)씨는 “반도체법 추진에 현장에서 인력들 모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결국 반도체 분야로 인재가 몰리는 것을 막는 악법이 될 것이라는 여론이 더 크다”며 “반도체 인력들도 워라밸이 중요하다. 유연근무라는 제도가 잘 작동되고 있는데, 오히려 워라밸을 해치고 생산성을 떨어뜨릴 위험이 크다”고 짚었다.
실제 반도체 인력들은 밤샘 근무가 불가피한 시기가 있지만, 선택근로제와 탄력근로제 등의 유연근무를 활용하는 상황이다. 다만, 대기업 위주로 적용되고 사용 시기가 제한되는 등 유연근무를 활성화할 환경 조성과 이 같은 보완제도의 혜택을 늘리는 방향이 필요하다는 게 현장의 요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유연근무제를 적용하고 있는 곳은 전국 1인 이상 사업체 178만여곳 중 9.8%에 그친다.
화성시의 반도체 사업장에서 메모리 설계를 담당하는 김모(30대)씨는 “개발실 쪽 부서에서 52시간 이상 일할 인력들을 사전에 조사해 유연근무를 적용하고 있다. 1년에 최대 3개월까지 유연근무를 적용하는데, 몇 달 전에 미리 유연근무 계획을 제출하거나 보상으로 주로 수당 대신 휴가가 주어지는 등 현재로선 52시간 제외 보다 유연근무의 보완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