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음·분진·트럭 위협 등 노출

용인 원삼면 주민들 2년간 고통

‘피해 보상·환경보호’ 촉구 집회

SK에코플랜트 “기준치 미만” 난감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오는 용인 원삼면 죽능리 일대에 주민들이 소음, 분진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 현장 인근 주택들. 2025.2.5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오는 용인 원삼면 죽능리 일대에 주민들이 소음, 분진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 현장 인근 주택들. 2025.2.5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청정지역이던 삶의 터전은 잃고 폭발음·진동·분진·트럭 위협 등 외부 스트레스에 장기간 노출돼 용인시 원삼면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별다른 해결책이 없어 주민들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원삼면지역발전협의회는 주민들의 삭발식을 통해서라도 반도체 호재 뒤 가려진 주민들의 고통을 널리 알리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 4일 낮 12시 30분 원삼면 죽능6리의 한 주택가 앞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골짜기를 타고 흐르는 무거운 소리에 함소영 죽능6리 이장은 곧장 반응했다. 함 이장은 “이 정도 소리면 3공구에서 이뤄진 발파 작업일 것”이라고 말했다. 2년 전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가 진행된 이래로 주민들은 얼마나 많은 소음을 들었는지 이젠 소리만 들어도 어느 쪽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지 알 정도였다.

죽능 6리에 20년 가까이 된 한 빌라는 복도 현관과 화단을 가로지르는 균열이 보였다. 공사장은 이 빌라에서 불과 45m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몇 달 전만 해도 이곳은 반도체 클러스터 단지 내 폐기물 처리시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건물 외벽에 이를 항의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고 강한 반발이 있자 해당 지역 공사는 잠시 중단됐다.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오는 원삼면 죽능리 일대에 주민들이 소음, 진동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2025.2.4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오는 원삼면 죽능리 일대에 주민들이 소음, 진동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2025.2.4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이처럼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의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를 두고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원삼면 주민자치위원회와 이장협의회, 부녀회 등이 모인 원삼면지역발전협의회(이하 원지회)는 지난 2년간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에 인접한 독성리·고당리·죽능리의 9개 마을을 중심으로 소음·진동·먼지 등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죽능리의 한 주민은 “지난겨울 누런색 눈이 내려 단순히 미세먼지가 심한 줄만 알고 있었는데, 공사 지역을 벗어나니 다시 눈이 하얘졌다”고 토로했다.

원지회가 6일 원삼면 고당리에서 규탄 집회를 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원지회는 집회를 통해 공사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 보상과 환경보호에 대한 장기적 전략 수립을 촉구하며 SK에코플랜트와 용인시 측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민들의 주장에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를 맡은 SK에코플랜트 측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소음·진동·비산먼지 등 모든 수치가 법적 기준치 미만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기준치 미만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현장 인근에 사는 주민이 불편을 느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피해 보상에는 객관적인 지표와 근거가 필요한데 주민들이 주장하는 피해 사안은 주관적이라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용인시 역시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한 사안에 대해 시가 보상을 강제할 순 없는 상황”이라며 “이달 중으로 시행사·시공사와 원삼면 주민들을 불러 각자의 의견을 조율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