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0억원짜리 아파트가 거래되는 초현실적인 세상이다. 그나마 서민들에겐 주택청약제도가 내 집 마련의 동아줄이다. 1976년까지 신규주택 공급은 추첨제나 선착순방식으로 이뤄졌다. 부동산 투기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자 1978년 주택청약제도가 도입됐다. 실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선별하자는 취지다. 여기에 부족한 건설자금을 보충하는 역할도 컸다.
청약제도는 정교하고도 복잡해졌다. 47년간 172차례 연 3.7번꼴로 손질을 거듭했다. 2007년 청약가점제가 도입됐다. 청약통장 가입 기간·무주택 기간·부양가족 수 등에 따라 점수를 매겨 청약 당첨자를 뽑는 제도다. 이후 다자녀 가구·신혼부부·청년 등 다양한 특별공급이 생기면서 특정 조건을 충족한 사람들이 유리해졌다.
특공 제도를 꼼수가 파고든다. 대표적인 사례가 ‘무늬만 한부모’다. 사실혼 커플이 혼인신고를 미루고, 여성이 임신 중에 ‘신혼부부 특공’에서 가산점을 챙겨 분양에 당첨됐다. 자녀 출산 후에는 남성이 나섰다. ‘생애 최초 특공’에 한부모가족으로 신청해 또 한 채를 챙겼다. 심지어 멀쩡한 부부가 위장이혼을 불사한 경우도 있다. 2023년 하반기 분양한 의심단지 40곳을 점검하니, 한부모가족 행세를 한 부정 청약만 18건이 들통났다.
공교롭다. 혼인 외 출생아 비율이 늘어난 시점과 집값 상승기가 맞닿아있다. 1981년 첫 통계 집계 이래 혼외자 비율은 줄곧 0~2%대 초반이었다. 그러다 2020년 2.5%, 2021년 2.9%, 2022년 3.9%를 기록했다. 2023년에는 4.7%로 1만명을 돌파했다. 20명 중 1명이 혼외자인 셈이다. 청약에 눈먼 ‘무늬만 한부모’들이 ‘서류상 혼외자’ 수를 늘렸는지 의심 가는 대목이다.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자는 사회적 합의는 ‘착시 딜레마’에 부딪혔다.
번지수를 잘못 찾은 과욕이 늘 문제다. 가짜 한부모가정은 주택청약 외에 각종 지원금에도 눈독을 들였다. 재산을 숨기고 아동 양육비·난방 연료비·기초 주거급여 등 수천만원을 챙긴 30대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722건이던 지원금 부정수급 적발 건수가 2021년 824건으로 늘었다. 이웃의 복지를 훔치는 반사회적 범죄다. ‘무늬만 한부모’를 재테크 꼼수로 방치하면 안 된다. 세금 도둑으로 봐야 한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