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어르신 40인 식비, 40여만원뿐

그마저도 ‘주5회 급식’ 15% 불과

연간 道 지원 216만원, 서울 절반

경기도내 한 경로당. /경인일보DB
경기도내 한 경로당. /경인일보DB

5일 낮 12시께 찾은 수원시 영통구 매탄공원 경로당. 영하 6도까지 내려간 추위 속에서도 홀로 사는 어르신들은 어김없이 경로당의 문을 두드렸다. ‘땡땡’ 종소리에 맞춰 점심 식사가 준비됐음을 알리자 어르신들은 급식대 앞에서 밥과 반찬을 퍼담은 뒤, 삼삼오오 모여 수저를 들었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모여 식사를 할 수 있는 날은 일주일에 세 번(월·수·금)뿐이다. 나머지 이틀은 집에서 부실한 식사로 때우거나 심지어 굶는 경우도 있다. 경로당 재정이 부족하고 운영비 지원이 물가상승률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김모(86) 어르신은 “고령에 밥상을 차리기가 힘들어 집에 있을 땐 끼니를 자주 거르는데, 경로당에서는 한 끼라도 든든히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김모(91) 어르신도 “경로당이라도 와야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석 달에 한 번 관할기관에서 지원금 147만원(운영비·사회활동봉사비)이 나오지만, 경로당에 필요한 생필품을 마련하고 나면 쓸 수 있는 돈이 한 달 기준 40여만원이다. 40여명에 달하는 어르신들의 끼니를 챙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경로당 측의 설명이다.재정이 부족한 탓에 중식도우미의 노력에도 내놓는 반찬은 부실하다. 고기나 생선 반찬이 식탁에 오르는 날은 어르신들이 명절에 받은 용돈을 경로당에 기부할 때 뿐이다.

경로당의 살림을 담당하는 총무 곽모(74)씨는 “평소에는 두부 등으로 반찬을 대신하는데, 이마저도 양이 부족해 잘게 잘라 조각으로 나눠드린다”며 “더 달라고 하면 반찬 대신 밥을 더 많이 드리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다”고 했다.

이어 그는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에게 매일 식사를 충분히 대접하고 싶지만, 식비가 부족해 일주일에 세 번 장을 보는 것도 버겁다”면서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은 언감생심이고, 가장 저렴한 가게를 찾기 위해 시장을 빙빙 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기준 경기도 내 6만8천658곳의 경로당 중 약 85%에 해당하는 5만8천558곳에서 주 3~4회 점심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주 5회 모두 급식을 제공하는 경로당은 15% 정도인 셈이다. 경기도가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도에서 경로당 1곳당 지원하는 연간 평균 운영비는 216만원으로, 서울(490만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마주영·고건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