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잡히는 조기대선, 유정복 출사표 관심

‘인천’ 자산 삼아 성장한 도전자 없어 눈길

‘지방분권 개헌론’ 주창하는 등 차별되지만

낮은 인지도… 국민 어떻게 설득할지 관건

김명래 인천본사 정치부장
김명래 인천본사 정치부장

‘조기 대선’ 실시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들은 몸풀기를 시작했다. 유력 주자 없는 군웅할거 형국으로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현직 광역지방자치단체장 다수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대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미 경선 태세로 전환했다는 분석이다. 충청권에서는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 이름이 오르내린다. 현직 광역단체장으로 대선 경선에 도전했던 인물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20대 대선 민주당 후보)와 홍준표 시장(19대 대선 자유한국당 후보)이 있다. 이들은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도지사직을 사퇴하고 본선을 뛰었다.

대권 주자로서 단체장은 ‘종합 행정’을 진두지휘했다는 점에서 다른 경력의 후보와 차별성을 갖는다. 여기에 더해 의정·각료 경험이 있다면 ‘안정적 국정 운영’을 도모할 경험을 쌓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재선 기초단체장, 재선 광역단체장, 3선 국회의원, 농림수산식품부·안전행정부 장관을 지낸 유정복 인천시장의 대권 도전 가능성을 지역 정가에서 조심스럽게 전망하는 이유다. ‘오세훈·홍준표가 하겠다는데 유정복이 나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지역 기자로서 유 시장의 대권 도전 여부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건 그가 ‘유정복’이어서가 아니라 ‘인천시장’이기 때문이다. 인천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 성장한 인물이 대권 도전 의사를 공표한 적은 여태 없었다. 야권 유력 주자 이재명 대표는 인천 계양구을 국회의원이지만, 그는 ‘지역 정치인’이라기보다 ‘전국 정치인’으로 인식된다. 인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 대권에 도전한다면, 그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다.

유 시장이 대통령 권한을 줄이고 정부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는 ‘지방분권 개헌론’을 주창하는 것도 여느 대권 주자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1995년 민선 김포군수(현 김포시장)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지방자치 총괄 부처의 장관을 거쳐 인천시장을 두 차례 지냈고, 현재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현역 정치인 중 유 시장만큼 지방자치 이론·실무를 몸에 익힌 이를 찾기 힘들다. 그는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 취임 첫 일성으로 ‘정치 안정화를 위한 지방분권’을 내세웠다. 정치 혼란의 해법을 분권으로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했던 ‘지방분권 공화국’의 맥을 잇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유 시장은 인천 출신의 관록 있는 정치인으로서 지방분권의 깃발을 세우고 대선 핵심 의제로 확산시킬 수 있을까. 유 시장은 대권 주자 여론조사에서 본인 이름조차 올리지 못할 정도로 인지도가 낮다. 당내 기반은 더욱 약하다. 유 시장을 오래 지켜본 이들도 반신반의한다. 유 시장 본인이 대권 도전에 뜻이 있다고 해도 스스로 개척해 나갈 일은 없을 것으로 내다본다. ‘정치적 한 방’이 없다는 것인데, 쉽게 말하면 ‘밋밋하다’는 뜻이다. 현역 최고참 정치인 입장에서 참 고약한 평가지만, 유 시장은 이런 세평도 귀담아 둬야 한다. 아무리 노래를 잘 불러도 매력적 음색을 갖지 못한 가수는 대중의 사랑을 얻지 못한다. 그건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선거는 ‘바람’ ‘구도’ ‘인물’ ‘정책’이 좌우한다. 바람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구도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국민이 원하는 바를 정책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 유 시장이 정치적 뜻을 이루려면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어떻게 국민 다수에게 인식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양극단으로 치닫는 정치 현실을 타파할 수단으로 지방분권의 가치를 세울 수 있어야 한다. “국가 권력이 중앙정부에 집중화돼 있어 ‘정상적 민주 질서’를 갖기 어렵다”는 것이 유 시장 판단이다.

‘수도권 변방’, 인천시장이 지방분권을 기치로 내걸고 한국 정치의 한복판에서 자신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극단 정치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여야 모두가 수긍할 개헌안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실현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지방분권 개헌은 정치인 유정복의 과업이기도 하면서 지방자치의 숙원이다. 이번에도 헛구호로 끝난다면 훗날을 기약할 수 없다.

/김명래 인천본사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