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민철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변민철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불법을 스스럼없이 저지른 사람이 있다.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인천을 비롯한 전국 사전투표소와 개표소에 침입해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40대 유튜버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투표소 내부가 보이도록 카메라를 정수기 옆 등에 설치한 뒤 통신사 이름이 적힌 스티커를 붙여 통신장비로 위장했다. 이 카메라로 공무원 등의 대화 내용을 녹음까지 했다. 그의 범행을 도운 공범도 있었다니 계획범죄일 가능성도 있었다. 이 남성은 법정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직접 밝히기 위해 총대를 메고 불법까지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황당하게만 들리는 이 남성의 이야기에 방청인들은 박수를 치거나 ‘파이팅’을 외쳤다. 조용히 해달라는 법정 경위 말에 아랑곳하지 않았고, 어떤 사람은 되레 고성까지 쳤다. 마치 팬 미팅 현장 같았던 이 재판이 기억에서 흐릿해질 무렵, 부정선거 여론이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대통령 입에서 시작된 의혹은 그의 지지층 사이에서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대통령은 이 의혹을 내세우며 초유의 비상계엄까지 선포했다. 헌법재판소 등 법정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밝히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들과 같은 행보를 보인다니 국민 입장에선 기가 막힐 노릇이다. 다만 팬층은 유튜버 한 사람과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거대하다. 이들은 관저, 법원, 헌법재판소를 오가며 대통령 이름을 연호하거나 때로는 반대편을 향해 욕설과 고성을 내뱉는다.

그러다 선을 넘었다. 사회가 정한 규범을 거부하고, 공정한 경쟁을 부인하는 행태에 더해 폭력까지 사용했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던 대통령의 입이 체제를 무너뜨리고 있다.

눈을 감고 귀를 막더라도 진실은 밝혀지기 마련이다. “국민 판단을 구하겠다”며 국민참여재판까지 요청했던 유튜버는 건조물 침입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결국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 유튜버와 비슷한 주장을 펼치고, 비슷한 장면을 연출한 대통령의 말로는 어떨지 궁금하다.

/변민철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