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내 변전소 설치 사업이 ‘전자파 피해’를 우려하는 주민들의 반발로 줄줄이 멈춰 서고 있다. 변전소는 공공의 이익과 님비(NIMBY·지역이기주의)’가 충돌하는 고질적인 민원대상이다. 수도권에 신규 변전소·송전망이 시급한 이유는 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러스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전력 수요가 폭증하기 때문이다. 2023년 말 기준 전국 147개 데이터센터의 60%가량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전력수요도 70%를 넘는다. 설상가상 오는 2029년까지 추가 신축될 데이터센터 중 수도권 입지를 희망하는 곳만 600여곳이다. 하지만 2022년 기준 수도권의 발전량은 144.4TWh로, 전력자급률이 67%에 불과하다. 지방에서 남아도는 전력을 끌어와야 한다. ‘2011년 블랙아웃(대정전)’의 악몽이 재현될 수도 있다.
한국전력공사 등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특고압 변전소 설치를 놓고 대규모 집단시위가 이어졌다. 한전은 하남 감일동 일대 동서울변전소를 옥내화하고 HVDC(초고압 직류송전 시스템) 변환소를 건설하는 사업을 오는 2026년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하남시는 지난해 8월 건설 불가를 통보했다. 한전은 행정심판을 제기해 승소했지만, 사업은 8개월 지연됐고 이미 2천4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남양주에서는 호평동·평내동 일대 5곳 총 사업 면적 2천984㎡에 154㎸ 신규변전소 건설사업이, 부천에서는 상동호수공원 지하 3층 154㎸ 규모의 변전소를 설치하려다 반대에 부딪혔다. 광주 남한산성면 상번천리 154㎸급 옥내형 ‘번천변전소’도 난항을 겪고 있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전력망 구축사업의 속도를 단축하고 인·허가, 보상·지원 등 각 단계에서 국가 차원의 조율에 나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별법으로 구성될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위원회가 신속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최상의 해법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지난 21대 국회에서 임기만료로 폐기되고 말았다. 22대 들어서도 여야는 법안 처리에 합의했지만 탄핵정국에 뒷전으로 밀렸다. 발의된 12건은 소관 상임위 문턱조차 못넘고 멈춘 상태다.
전력망은 산업의 대동맥이다. 전력 동맥경화는 산업의 사망선고로 이어진다. 여야 모두 시급한 쟁점 법안으로 공감한 만큼 특별법 처리 절차에 속도를 내야 한다. 19일 산자위 전체회의 의결 후 본회의 통과를 촉구한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