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표, 교섭단체 대표 연설
첨단기술, 노동시간 단축으로 연결
특정산업 분야 유연화 여지는 남겨
비명계·노동자층 비판에 희석 의중

10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노동시간 유연화 이슈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3일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제외 관련 토론회를 주재하며 ‘주 52시간제 예외’ 수용 가능성을 시사하고, 뒤이어 최고위원회의에서도 52시간제 예외 특례가 첨단산업에는 필요하다는 발언이 나왔다. 하지만 외연을 확장하려는 이 대표의 행보를 놓고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었다.
이날 이 대표는 “AI로 상징되는 첨단기술시대는 전통의 노동개념과 복지시스템을 근본에서 뒤바꿀 것”이라며 “AI와 첨단기술에 따른 생산성 향상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먼저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OECD 평균보다 한 달 이상(149시간·2022년 기준) 더 일한다고 지적한 이 대표는 “첨단과학기술시대에 장시간의 억지노동은 어울리지 않고, 노동시간 연장과 노동착취로는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생존할 수 없다”면서 ‘주 4일 근무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특정 산업분야의 유연화 여지는 남겼다. 이 대표는 “특별한 필요 때문에 불가피하게 특정 영역의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더라도 그게 총 노동시간 연장이나 노동 대가 회피 수단이 되면 안 된다”며 “삼성도 유연화를 하더라도 총 노동시간을 늘리는 건 아니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시간을 늘리지 않고 유연화하되 심야·주말·현장 근무 등 노동강도가 올라가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는 지불하겠다고 하지 않느냐”고 했다.
이 대표가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통해 이처럼 노동시간 유연화 관련 내용을 상세히 설명한 건 정책 방향에 대한 당내 오해를 풀고 비판을 희석하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52시간제 특례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온 노동자층의 여론 악화도 무시하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한편 ‘총 노동시간 연장’이나 ‘노동 대가 회피’를 위해 유연화가 이뤄지면 안 된다는 이 대표의 발언에 여당 의원들은 “진심은 뭔가”, “고용의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항의하며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