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가 화제다. 주인공 천재 외과전문의 백강혁(주지훈 분)은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전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을 연상케 한다. 이국종은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 중 중상을 입은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을 살려냈다. 중증외상 분야를 전 국민에 각인시킨 장본인이다. “중증외상센터 건립 약속, 정치인들 립서비스였나.” 당시 이국종의 작심 발언은 날카로웠다. 정부는 2009년, 2010년 연이어 거창한 ‘공수표’만 날리고 있었다. 2012년 5월 ‘이국종법(응급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한국 최초 권역외상센터가 탄생하게 된다.

“환자는 돈을 낸 만큼 치료받는 것이 아니라 아픈 만큼 치료받는 것이다.” 이국종의 신념은 권역외상센터가 설립된 후에도 현실과 부딪혔다. 이국종은 대규모 권역외상센터를 전국에 6개만 지정하고 의료진을 확충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권 압박에 복지부는 시·도 17개에 고루 설치했다. 환자 수가 많든 적든 전문의 1인당 지원액은 동일하다. 선택과 집중이 아닌 지역 안배가 낳은 결과다.

‘포스트 이국종’이 되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흉부외과·신경외과·정형외과 등 전문의를 취득한 후 추가로 2년간의 혹독한 수련을 거쳐야 한다. 의료사고 부담이 큰 데다가, 고강도 업무에 ‘워라밸’은 없다. 지난해 전국 외상학 세부전문의는 371명에 불과한데 5년마다 하는 자격갱신 포기자마저 늘었다. 올해 58명 중 12명만 갱신했다. 갱신율 20.7%, 지난 2011년 외상전문의 제도 시행 이래 최저다.

중증외상센터는 환자를 받을수록 적자다. 중증외상 환자를 치료하려면 숙련된 의료진과 최신 장비를 갖춰야 하고, 24시간 응급 수술이 가능해야 한다. 외과 파트 수가의 원가 보전율은 80%도 안 된다. 막대한 운영비용에 비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국내 유일의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기관인 고대구로병원 수련센터가 존폐 기로에서 기사회생했다. 정부가 예산 9억원을 전액 삭감했고 서울시가 5억원을 긴급 수혈했다. 명맥을 유지했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한국 의료는 코드 블루(Code blue)가 발령된 위급상황이다. 의정 갈등이 1년을 넘었고, 응급실 뺑뺑이는 일상이 됐다. 중증외상센터는 국가가 반드시 지켜야 할 필수안전망이다. 의사의 소명과 헌신으로 버텨온 ‘골든아워’는 지났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