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비닐하우스 열악한 사육 환경
20마리 이상 ‘보호·입양시설’ 신고
반려인 주장 ‘애니멀호더’ 예외 우려

“(애들이) 낯선 데로 가면 그것만큼 불쌍한 게 없어요.”
화성시 남양읍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만난 60대 A씨는 족히 50마리는 넘어 보이는 반려견에 둘러싸인 채 이렇게 말했다. A씨가 반려견 수십마리와 함께 사는 이곳은 한눈에 보기에도 위생상태가 좋지 않았다. 물과 사료, 연탄 등 각지에서 보내온 택배 물품은 널려있었고, A씨를 따라다니는 반려견들은 비좁은 공간에 뒤섞일 때면 서로 물어 ‘낑낑’ 소리를 내기도 했다.
불과 닷새 전 A씨가 생활공간으로 사용하던 비닐하우스 내 샌드위치패널 가건물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반려견 7마리가 죽고 A씨도 다쳤다. 6년 전부터 이곳에 살고 있다는 A씨는 “일부러 개를 버리고 가는 사람도 있었고, 개장수에게 죽여지기 직전에 살리려고 사기도 하다보니 늘었다”며 “(보호소로 보내는 게 낫지 않냐는 질문에)거기는 안락사 시키는 곳”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최근 동물 복지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동물을 보호하면 지자체에 신고하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A씨처럼 단순히 많은 수의 반려견을 기르는 경우는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개와 고양이 등의 보호동물을 20마리 이상 키우는 경우 일정 수준의 시설과 운영기준을 맞춰 2026년까지 관할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그동안 민간 동물보호소가 열악한 환경에서 지나치게 많은 동물을 방치하는 문제가 제기되자 제도권 내에서 시설을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A씨처럼 유기동물 보호나 입양 등의 목적이 아닌 반려동물을 자신의 사육 능력 이상으로 기르는 애니멀호더는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다. 동물을 돌보기 위해 마련한 공간일 뿐 보호 목적의 시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이전부터 인근 농가에서 민원도 있었지만, 관리 대상인 보호소도 아니고 사유지인 데다 반려견도 개인 소유물에 해당해 강제로 동물을 데려올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신주운 동물권행동카라 정책변화팀장은 “20마리 이상 길러 신고하는 건 사업장에 한정되지만, 법 개정의 목적이 동물 복지인 만큼 적용의 여지는 남아있다”면서도 “업자가 아닌 반려인이라고 주장하는 경우엔 동물 미등록으로 과태료를 매길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동물 수를 줄여나가도록 유도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