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제2의 하늘이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가 ‘하늘이 법’을 만들어 심신미약 교사들이 치료받을 수 있게, 하교하는 저학년생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게 해달라.” 지난 10일 학교에서 교사에게 살해된 김하늘 양의 아버지가 11일 빈소를 찾은 기자들에게 한 호소다. 참척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아버지의 말이니, 무게가 천근만근이다. 12일 여야 정당이 즉각 ‘하늘이 법’의 조속한 입법을 약속했다.

40대 여교사가 한없이 연약한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을 학교에서 살해했다. 항거불능의 온갖 패륜과 엽기적 상상이 범죄로 실현되는 세상에서도 상상을 초월한 범죄다. 이례적인 비극에 망연자실한 사회는 집단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 서둘러 원인을 찾고 지우는데 몰두한다. 교사의 정신질환이 범죄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여론은 교사의 교단분리 실패를 성토한다. 교사의 행적을 보면 타당한 분노다. 학교도 교단분리를 시도했다. 하지만 의사의 정상소견서를 내밀며 한달 만에 복직한 교사를 막을 수 없었고, 동료교사 폭행에도 출근을 막을 수 없었다. 교육지원청은 교단분리 결정이 아니라 권고에 그쳤다. 하늘이는 그날 복도를 혼자 걷다가 악마를 만났다.

분노한 여론에 집중하면 ‘하늘이 법’의 입법 요지는 중증정신질환 교사의 교단분리다. 그런데 반론도 만만치 않다. 나종호 예일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는 SNS에 “죄는 죄인에게 있지, 우울증은 죄가 없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임태희 경기교육감도 SNS에 “특수한 사건이 일반화돼 (전체) 선생님들까지 상처받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우울증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예비 범죄자로 낙인찍힐 것을 걱정한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으로 환자를 차별해 치료를 막는 풍토가 여전하다.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치료하면서 정상생활이 가능한 감기 같은 질환이다. 우울증 치료를 받는 교사가 한두 명이 아닐 테다. 하늘이 아버지 말에 정답이 있다. 교사들이 당당하게 정신건강을 지킬 수 있어야 하고, 어린 학생들을 교내외 중증정신질환 범죄로부터 보호할 제도와 문화가 시급하다. 여기에 중증정신질환 병증이 뚜렷한 교사와 학생들을 학교에서 분리해 치료하는 정밀한 시스템을 얹어야 맞다 싶다.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분야의 조현(調絃) 불능으로 우울한 대한민국이다. ‘하늘이 법’ 입법이 사회를 치유할 진지한 성찰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