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서 수면마취로 심정지후 사망
피부과, 전문의 아니라도 개원 가능
수익 높아 일반의 프랜차이즈 성행
비의료인이 위험시술 권유 버젓이
“인건비 줄이려 마취 전문의도 無”
“통증이 있어 대부분 수면 마취 시술을 선호하거든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피부과 전문의가 없는 이른바 ‘프랜차이즈식 의원’에서 수면 마취를 동반한 피부 시술을 받던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간 뒤 사망하면서 안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비의료인인 상담실장이 고위험 수면 마취 시술을 거리낌 없이 권유하는 방식이 만연한 상황이라 안전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수원시 인계동의 한 의원에서는 미용 목적의 피부 리프팅 시술을 받던 환자가 수면 마취 상태에서 심정지에 빠진 뒤 숨지는 사건(2월12일자 7면 보도)이 일어나 담당 의사가 입건됐다. 사고 이후에도 여전히 영업 중인 해당 의원은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 의사가 시술하는 프랜차이즈식 의원으로 알려졌다.
이름이 비슷한 듯 보이나 ‘피부과의원’과 일반 ‘의원’·‘클리닉’은 엄연히 다르다. 피부과의원은 레지던트 4년을 추가로 수련한 피부과 전문의가 개원한 병원을 의미하는 반면, 일반 의원은 피부과 전문의 자격이 없는 의사가 있는 곳을 뜻한다.
의원·클리닉은 이른바 ‘공장형 피부과’라고도 불린다. 이곳에서는 의사 대신 상담실장이 환자와 면담하며 시술 과정과 비용을 안내한다. 피부 미용 시술은 비보험 진료가 많아 수익이 높은 데다, 현행법상 의사 면허만 있으면 별도의 피부과 전문의 자격이 없어도 피부과 개원이 가능한 점이 프랜차이즈형 의원을 양산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호흡 억제 등 부작용이 있어 전문적인 관리가 필수인 수면 마취 상담도 비의료인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이다. 통상 수면 마취를 동반한 피부 시술을 할 때는 프로포폴이 사용되는데, 위험 부담에도 불구하고 피부과 전문의가 없는 의원에서는 별다른 경각심 없이 수면 마취 시술을 권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지난해 대전시에서는 피부과 전문의가 없는 의원에서 간호사가 레이저 치료 등 대리 시술을 한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해당 병원이 폐업하는 일도 있었다.
실제 12일 오전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의원’이라는 명칭의 피부과에 방문해 최근 유행하는 피부 리프팅 시술 상담을 받아본 결과, 의료 자격이 없는 상담실장이 “수면으로 하는 사람이 많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수면 마취제인 프로포폴 사용을 서슴없이 추천했다.
한편 수면 마취를 동반한 피부 시술 중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보상에는 난항이 따른다. 시술 전 동의 절차가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환자가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명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박호균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대표변호사는 “위험한 약물인 수면 마취제를 안전 불감증 상태에서 계속 사용하는 것이다. 인건비를 줄이고 수익성을 높여야 하기에 마취과 전문의는 상주할 수 없다”며 “의료 사고 발생 시 책임을 엄격하게 물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