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취·이상동기 범죄 취약지대
경찰 “우려지역 탄력 순찰”

수원시 권선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고모(64)씨는 지난 12일 시흥시의 한 편의점 직원 20대 여성 A씨가 30대 남성 B씨가 휘두른 흉기에 크게 다쳐 중태에 빠진 뒤 사망한 소식을 듣고 3년 전 자신이 겪은 아찔했던 일을 떠올려야 했다.
당시 상황은 이랬다. 담배를 구매하려던 한 남성에게 고씨가 담배 이름을 되묻자 이 남성이 화를 내며 손에 쥔 음료수병을 바닥에 던진 것이다. 고씨는 “너무 당황해서 몸이 파르르 떨렸었다”며 “이 일을 겪은 뒤 직원들에게도 112신고 등 위험 상황 대비 대처 방안을 얘기했지만, A씨의 사건처럼 가해자가 죽자고 달려든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흥의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피습돼 중태에 빠진 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편의점 근무자들이 강력범죄 등 유사 피해를 겪진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지난 12일 오후 6시50분께 시흥의 주거지에서 자신의 이복형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만든 뒤 인근 편의점으로 가 A씨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지만 사건 하루 만인 13일 오후 숨졌다. 경찰은 B씨가 일면식이 없는 A씨를 상대로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모종의 관계성도 없는 상황에서 무참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편의점이 범죄 사각지대로 지목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다수의 편의점이 24시간·1인 근무체제 형태를 띠고 있어 갑작스런 주취·이상동기 범죄를 막는 데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화성 남양읍의 한 편의점에서 60대 남성이 직원을 권총 모양의 비비탄 총으로 위협하는 일이 있었고, 같은 달 광주광역시의 편의점에서 40대 남성이 업주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현금을 빼앗아 달아나는 일이 발생했다. 실제 경찰청의 범죄통계를 보면, 전국 편의점에서 발생하는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범죄는 273건(2021년), 319건(2022년), 350건(2023년)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잇따른 범죄 우려로 경찰이 점포에 설치·관리 중이던 ‘한달음 시스템’도 현재 운영을 멈춘 상태다. 이 시스템은 긴급 상황 시 점원이 수화기를 몇 초간 내려놓으면 자동으로 112로 신고가 접수되는 형태로 운영돼 왔다.
경찰은 범죄 취약지 내 편의점 등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달음 서비스는 오인신고·오작동 등 오류가 많아 운영을 멈췄고, 공중화장실·공원·의료기관 등 범죄 우려가 높은 시설에 대해선 112상황실로 바로 연결되는 비상벨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편의점 특정 점포를 정해 관리하는 건 아니지만 민원 요청과 범죄 우려가 높은 지역 내 집중·탄력 순찰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지역에 있는 편의점·금은방·무인점포 등도 순찰을 상시하고 있다”고 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