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의존 32.4%, 미중 관세전쟁에 등 터질듯
인천항·공항 물동량 감소, 기업 매출 하락 등
올해 ‘혹한기’ 예측돼… 장기화땐 더 큰 문제
싫든 좋든 中 동반자 관계, 지혜 필요한 시점

인천은 대(對)중국 진출의 관문이다. 한·중수교 이전인 1991년부터 웨이하이를 잇는 카페리가 운항됐을 만큼 경제적으로 밀접한 상관관계에 있다. 인천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32.4%(2022년 기준)로 전국 평균인 22.9%보다 9.5%p나 높다. 역설적으로 이런 편중된 무역 의존도는 중국발 리스크에 크게 노출돼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2017년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국내 배치로 촉발된 한한령(限韓令)을 시작으로,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격화하고 있는 미·중 간 ‘관세전쟁’에 따른 복합적인 피해 체감도 인천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한한령은 중국이 우리나라를 겨냥해 행한 직접적인 경제적 압박 수단이었다면 이번 관세 인상조치의 경우 미국이 중국을 타깃으로 한 것으로 차이가 있다. 문제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지나치게 큰 인천은 이로 인한 영향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이다.
당장 미·중 간 관세전쟁 격화로 인천 지역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인천항·인천공항의 물동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물동량 감소는 인천항과 인천공항을 기반으로 하는 연관 기업들의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조치를 예측한 중국 기업들은 지난해 말부터 미국 물량을 대거 밀어내기 시작했다. 이들 화물은 대부분 우리나라를 거쳐 미국으로 향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인천항의 대중국 컨테이너 물동량은 20만8천448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8%나 증가하는 반사이익을 얻었다. 하지만 미중 무역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올해부터는 인천항의 ‘혹한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발 물동량 자체가 급격히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항 전체 물동량의 60%를 중국이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운반되는 해상-항공 복합운송(Sea&Air) 화물도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로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ea&Air는 중국과 우리나라를 오가는 한중카페리 선박을 통해 화물을 운송한 뒤 인천공항에서 항공편을 통해 세계 192개 도시로 배송하는 물류 방식이다. 대부분이 중국발 전자상거래 물품인데 미국 정부가 이들 물품에도 관세 조치를 예고하면서 물동량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미·중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인천 경제의 확장성이 제약된다는 것이다.
인천의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하나인 반도체의 경우 미국이 중국으로의 수출 등을 규제하면서 중국 물량이 줄어드는 대신 대미 수출이 증가하는 풍선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인천 반도체 업계의 경우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 2022년만 하더라도 반도체의 중국 수출액은 110억1천100만달러 규모였지만 2023년에는 81억7천600만달러로 급감하는 등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 등장과 관련해서도 미국과 우방국들이 딥시크 사용을 제한하면서 미국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AI 전용 반도체 생산 장비 등을 납품하는 인천 기업들은 AI 시장 자체가 넓어져야 판로를 다각화할 수 있지만 미중 갈등이 계속되는 한 중국 시장은 사실상 진출하기 힘들 것으로 예측된다.
인천은 지정학적 특수성 때문에 중국과 숙명적으로 경제 동반자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싫든 좋든 중국 경제가 살아야 인천 경제도 흥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당분간 인천 경제도 긴 터널을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김명호 인천본사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