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 경제부 기자
김지원 경제부 기자

평생 모아둔 돈을 전부 쓰고 있는 요즘이다. 올해 결혼을 앞두고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니 적금 들며 차근차근 모은 돈도, 여기저기 알아보며 소소하게 주식으로 번 돈도 눈 녹듯 사라졌다.

남들 다 하는 것, 우리는 따라가지 말자고 예비신부와 분명 서로 다짐했건만 ‘인생 단 한 번뿐인 결혼’이라는 웨딩 업체들의 유혹에 금방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웨딩홀, 드레스, 예물, 가구 등등 애당초 계획했던 예산을 아득히 넘어버렸지만 선택하고 지출해야 할 것은 아직 터무니없이 많이 남았다.

평생 살며 수백만원을 일시불로 지출할 일이 얼마나 있었겠는가.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인지도 있는 업체도 아닌 처음 들어보는 업체와 고가의 계약을 맺고 나면 불안한 마음을 떨쳐낼 수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눈에 보이는 기삿감도 꼭 그런 것들뿐이다.

지난해엔 웨딩 업체 사기 기사만 너덧 개는 쓴 것 같다. 종류도 다양하다. 예복 비용을 받고 결혼식 전 잠적한 업체, 식장에 전속 사진작가를 보내준다고 하곤 아르바이트생을 보낸 업체 등 언제 어느 때 뒤통수를 맞을지 모르는 예비 신혼부부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요즘 내 최대 관심사와 관련된 주제인 만큼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꼬치꼬치 캐묻다 보면 답이 안 보이는 현실에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결혼식 3대 필수요소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업체는 대부분 연 매출 10억원 미만의 소규모 자영업자거나 5인 미만의 사업장이다. 그러다 보니 자금 사정이 조금만 힘들어져도 폐업하는 경우가 생긴다. 소비자와 업계 간 정보 비대칭도 크다 보니 제대로 된 검증도 어려워서 내가 계약하는 업체는 제발 건실하고 양심적인 곳이기만을 바랄 뿐이다.

지난 11일 국세청은 수도권 웨딩 업체를 중심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해 2030세대의 결혼 의지를 꺾는 횡포를 막겠다고 밝혔다. 업계 구조는 그대로인데 얼마나 영향이 미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제발 정상화해달라. 이건 내 이야기다.

/김지원 경제부 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