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생 피살 사건관련 논의와 대책이 길을 잃은 듯하다. 사건의 핵심은 어떤 상황, 어떤 경우에서든 학생들에게 안전이 담보되어야 할 공간인 학교가 비정상적인 학교 구성원에 의해 위해를 당할 수 있는 끔찍한 곳으로 바뀌어버렸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마련 중인 대책은 그 중요도의 순위가 뒤바뀐 모양새다.
지난 14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대책 설명이 대표적인 예다. 교사, 학부모, 장학사, 정신건강 전문가 등과 함께 이번 사건을 주제로 차담회(茶談會)를 가진 이 부총리는 늘봄학교 참여 학생들의 안전 귀가를 가장 힘주어 말했다. 도우미 인력이 학생을 인수해 보호자나 보호자가 사전 지정한 대리인에게 대면 인계하는 체계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학생 이동이 많은 복도, 계단, 돌봄교실 주변 등에 CCTV 설치를 확대하도록 교육청과 협의를 완료했다고도 말했다.
물론 이 자리에서 정신질환 등으로 정상적인 교직 수행이 불가능한 교원에게 직권휴직 등 필요 조처를 할 수 있고, 폭력성을 보였을 때 긴급 개입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논의하고 있다는 언급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유독 강조된 점은 ‘학생 안전 귀가’다. 일선 교육청들의 대책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인천시교육청이 지난 13일 내놓은 ‘학생 안전 및 교원 지원 강화 대책’은 긴급 상황 시 빠른 대처를 위해 교실 비상벨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이다. 비정상적인 교원에 대한 대책은 후순위로 밀렸다. 교원 대책은 보다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교육 당국이 이렇듯 순서가 뒤바뀐 대책을 내놓고 있는 이유가 일선 교사와 교원단체들을 의식한 결과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앞서 언급한 차담회에서도 참석자들은 사건의 가해자를 ‘특이교사’라고 분리해서 지칭했다. 어떤 교원단체는 교권침해와 학부모와의 갈등 때문에 교사들이 우울함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며 사건의 원인을 애써 멀리서 찾으려는 태도를 취했다. 이런 교육계의 방어적인 움직임을 정부가 지나치게 의식한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으려면 발생한 사건의 원인부터 냉정하게 찾아내야 한다. 사건을 확대하거나 과장할 필요도 없고, 축소하고 단순화해서도 안 된다. 정부와 교육계가 사건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고, 인정할 건 인정하고, 반성할 건 반성할 때 비로소 해법의 길이 열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