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야 처음으로 정식 종목이 됐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를 겨루는 스포츠와 결이 다른 종목이었던 탓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박진감 넘치는 예민한 스포츠다. 스톤을 투구해 하우스 중앙(버튼)을 차지하는 경기 방식에 따라 스킵(주장)의 전략대로 투구자와 스위퍼는 스톤의 속도와 방향을 결정하고 조절한다.

종목의 예민한 특성 때문에 컬링 국가대표는 팀 단위로 선발한다. 팀원들이 서로의 투구와 스위핑 기량에 적응하고 스킵의 전략을 수행하려면 오랜 시간 맞추어온 호흡이 절대적이다. 각 팀의 에이스만을 뽑아 대표팀을 만들면 최악의 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팀 킴’도 스킵인 안경언니 김은정과 팀원들이 경북체육회에서 오랜시간 팀워크를 다졌다. 강릉시청으로 이적할 때도 ‘팀 킴’ 전원이 동행했다. 컬링 국가대표가 ‘팀코리아’로 불리는 이유다.

여자 컬링 ‘팀코리아’ 경기도청이 지난 14일 하얼빈 동계올림픽 폐막을 금메달로 장식했다. 10전 전승이라는 압도적 기량으로 이룬 쾌거의 주역은 스킵 김은지와 설예은, 김수지, 김민지, 설예지. 이들 모두 컬링 명문인 의정부시 송현고 선후배로 경기도청에서 수년간 한솥밥을 먹었다. 지난해 강릉시청의 팀 킴을 격파한 뒤 춘천시청팀을 이겨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오는 3월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노린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기세로 경기도청이 동계올림픽 여자컬링 팀코리아로 거듭나길 바란다. 개최지가 홈그라운드인 의정부다. 기대가 무리는 아니다.

미국발 경제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일본은 총리가 트럼프를 만나고, 기업인 손정의와 고 아베 전 총리 부인까지 동원해 꾸린 ‘팀재팬’으로 대응한다. ‘팀코리아’가 없다. 스킵인 대통령은 탄핵당해 직무정지 중이고, 대행의 대행이 이끄는 정부는 안팎으로 무력하다. 정치와 민심은 탄핵 찬반으로 갈등하고 분열됐다. 발등에 불 떨어진 기업 총수들은 개인적인 인연을 따라 트럼프 주위를 맴돌지만 역부족이다. 헌법재판소가 3월에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경우에도 대선까지 두 달 넘게 남는다. 한국 경제의 운명을 결정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컬링 팀코리아의 금메달로 팀코리아가 실종된 대한민국 정치외교 현실이 더욱 도드라지니 비참하다. 팀코리아를 복원할 집단지성이 절실하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