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세입·세출 권한까지 이양
안철수 “입법·예산권 분산” 주장
중앙정치 개혁무게 유시장과 차이
여야불문 지자체장들 필요성 공감

유정복 인천시장이 불붙인 ‘지방분권 개헌’에 여권 잠룡들이 가세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 병폐 해소 방안의 하나로 지방분권을 내세우는 대권 주자들이 늘고 있다.
국민의힘 유력 대권 주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개헌 토론회를 열어 대통령 권한을 지방정부로 분산하는 방식의 지방분권 구상을 제시했다. 오 시장은 토론회에서 “1987년 헌법 체제를 극복할 핵심은 지방분권”이라며 “입법·행정뿐 아니라 세입·세출 권한까지 이양하는 과감한 지방분권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통령은 외교·안보·국방 등 이른바 외치에 집중하고, 내치는 입법권과 재정권을 지닌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전담해 지역별 발전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안철수(경기 성남시분당구갑) 의원도 ‘분권형 개헌’을 주장한다. 그는 지난 3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중앙정부에 집중된 입법권과 재정권 등을 지방정부로 나누고, 진정한 국가 균형발전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정부의 입법권과 예산권을 지방정부로 분산해야 한다는 뜻으로, 유 시장의 ‘자치입법권’ ‘자주재정권’ 보장 개헌론과 맥을 잇는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지방분권론자로서 정치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3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기하고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 권력 구조를 개편해야 하고, 중앙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지방분권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극단으로 치우친 ‘진영 정치’를 끝내고 정치를 복원하는 방안의 하나로 지방분권을 주장한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해 12월부터 비상계엄·탄핵정국 이후 대통령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방분권 개헌을 주장해 왔다. 올해 1월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 임기를 시작한 뒤 지방분권 개헌론 구체화에 나섰는데, 여권 유력 주자들도 그 방향에 호응하는 분위기다.

다만 오세훈·안철수 등 국민의힘 잠룡들의 개헌론은 ‘중앙정치 개혁’에 무게가 쏠려 있다는 점에서 유 시장의 지방분권 개헌론과 차이가 있다. 오 시장이 중앙정부의 재정권을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안을 제시하는 등 구체화했지만, 유 시장이 주장하는 ‘중앙-지방정부 간 상하 관계 타파’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인천지역 정가 관계자는 “(오 시장을 비롯해) 대권 주자들이 지방분권 개헌을 거론하고 있지만, 주된 메시지는 선거구제 개편 등 정치체제 개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유 시장은 시도지사협의회장 입장에서 지방분권에 집중한 개헌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이달 중 지방분권 개헌 초안을 마련한 뒤 17개 시·도 의견을 수렴하고, 내달 초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각 지역 전현직 지자체장들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지방분권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경남지사를 지낸 김두관 전 의원이 지방분권을 헌법에 명시하고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지방으로의 권력 이양에 대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개헌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이 대표를 만나 원 포인트 개헌 등을 언급하자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며 말을 아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