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강점기 잔재로 의심됐던 인천 중구 지역의 일부 지명이 일본식 표기가 아닌 옛날부터 쓰던 고유 지명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천 중구는 국토지리정보원에 고시된 일본식 표현이 의심되는 지명 12개에 대한 연구용역을 최근 진행해 일본식 표기가 아니라는 것을 최종 확인했다.
1883년 개항한 인천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유난히 일본식으로 의심받는 지명이 많다. 일본식 표기 의심 지명은 원래 지명 유래와 관계없이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변화·왜곡·오기·단순화된 지명을 뜻한다. ‘왕(王)’자를 ‘왕(旺)’자로 바꾸거나 행정 편의를 위해 숫자나 방위식으로 표현된 지명이 일본식 지명으로 의심되는 주요 사례다. 이들 지명은 정확한 문헌 연구가 조사되지 않은 탓에 국토지리정보원에서는 의심 지명을 매년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알려 자체 조사 후 정비 계획을 세우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이 조사를 권고한 인천 중구 지역 지명은 북리(北里), 개안(浦內), 팔미도(八尾島), 백운산(白雲山), 예단포(禮丹浦), 삼목도(三木島), 왕산리(旺山里) 등 12개다. 이 지명들은 1961년 국무원 고시로 등록됐는데, 숫자·방위·위치 등의 이유로 일본식 표기를 의심받았다.
인천 중구가 이들 지역을 대상으로 전문기관에 의뢰해 연구용역을 진행한 결과 순우리말이거나 옛 문헌에 남아있는 고유 표기인 것으로 확인됐다. 자치단체 차원에서 예산을 들여 이런 연구를 하지 않았더라면 이들 지명은 계속해서 일제 잔재 지명이란 오명을 벗지 못했을 것이다.
중구뿐만 아니라 인천시 전체적으로 일본식 표기로 의심되는 지명은 모두 138개에 달한다. 각 구·군에서는 매년 국토지리정보원으로부터 의심 지명에 대해 통보를 받지만 연구를 통해 진위 여부를 따져 정비 계획을 세우는 곳은 거의 없다. 지명에 관심 있는 학자 개인이나 단체에서 단발적으로 연구가 이뤄져 체계적이고 공신력 있는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러다 보니 기존 연구 결과에 반하는 또 다른 주장이 제기되는 등 지역 사회에서 일본식 지명을 둘러싼 논쟁이 오가기도 한다.
중구의 이번 조사 사례를 계기로 인천시 차원의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명은 해당 지역의 역사와 문화, 생활양식 등이 집약돼있는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자치단체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연구를 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