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위기 국면 정치 쇄신으로 승화

‘계엄 대통령당’ 불식 주도권 노려

 

野 일극체제 우려·견제 상호작용

이재명 ‘침묵’ 비명계 분권형 확산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로 불거진 탄핵 재판이 막바지에 달하면서 여야 정치권에 개헌 불씨가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 다만, 탄핵 재판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 가능성을 놓고 여야의 ‘빅매치’가 걸린 싸움이다 보니 여야와 대권 잠룡마다 서로 입장과 셈법이 달라 향후 추이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여당은 비상계엄과 탄핵 결과에 대한 위기 국면을 전환하려는 입장이 크고, 야권은 사법리스크가 있는 ‘이재명 일극 체제’에 대한 우려와 견제 심리가 상호 작용하면서 개헌 불씨는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아직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그럴수록 당내 반작용은 더 커지고 있고, 비명(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분권형 개헌 필요성은 더 확산되는 모습이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 “내란과 계엄을 불가능하게 하는 개헌이 완성돼야 한다”면서, 이 대표를 향해 “개헌 추진에 앞장서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김부겸 전 총리도 불을 지폈다. 그는 14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모든 권한이 집중돼 언제든지 대통령 한 사람의 리더십 때문에 국가가 혼란에 빠지는 이 헌법을 그냥 두면 안 된다”고 힘을 실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우선 단축하고 총선·대선 시기를 맞추는 ‘분권형 4년 중임제’를 꺼내 들었다. 일찍부터 개헌을 주장해온 김두관 전 의원은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엄청난 폐해를 양산하는 제왕적 대통령제 권력을 분산할 수 있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했다.

계엄 이후 정국 주도권을 선점한 야권에서 오히려 개헌 요구가 이처럼 나오는 건 ‘이재명 대세론’을 차단키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당내 건전하고 치열한 경쟁 없이 대세가 너무 빨리 굳어질 경우, 자칫 정권을 되찾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개헌 논의를 활발하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권은 여권대로 개헌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개헌 토론회를 열어 87년 헌법 체제 극복과 지방분권 강화를 강조했다. 오 시장은 지방정부에 예산·인력·규제 등 3대 핵심 권한에 교육·고용·이민 등의 권한까지 이양하는 분권개헌으로 구체화했다.

또 다른 대선주자인 안철수 의원도 분권형 개헌을 주장하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진행하자고 했고, 유승민 전 의원은 조기 대선과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서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야기된 탄핵 정국 속에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 대표를 차례로 만나 개헌을 가장 먼저 제안하고 지난 11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불씨를 살려나갔다.

이 같은 여당발 개헌 논의는 탄핵 국면을 정치쇄신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당 지지율을 회복 중이라 해도 전체적으로 여전히 열세에 놓인 상황에서, 권력구조의 획기적인 개편을 통해 ‘계엄 대통령당’ 이미지를 불식하는 한편 새로운 국정질서와 정치쇄신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최근 정치권 원로그룹과 시민사회에서 개헌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여권으로서는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향후 개헌 논의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은·김우성기자 z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