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섭 전 평화협력국장, 징역 1년6개월 집유 3년

“대북 밀가루지원 사업, 위법성 알고도 재개 지시”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전경./경인일보DB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전경./경인일보DB

경기도 공무원들에게 대북 지원사업을 추진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내린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측근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6단독 정승화 판사는 18일 경기도 대북 밀가루 지원 사업과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지방재정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신명섭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임기제 공무원으로 2019년 1월부터 2020년 말까지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을 지낸 신 전 국장은 2019년 9월 불투명한 회계처리로 중단된 아태평화교류협회의 10억원 상당 북한 밀가루 지원 사업을 본인의 직위를 이용해 재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정 판사는 “피고인은 밀가루 지원 사업에 대해 위법성을 알고도 정책적 이유만으로 사업재개를 지시했고, 이는 위법하다”며 “정치적 입지 향상과 사익 추구 등을 목적으로 밀가루 지원 사업을 위해 직권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부하 공무원에게 하게 한 점 등은 유죄”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다만, 피고인에게 밀가루 지원 사업 실패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전면적으로 묻기 힘들다”며 “금전적인 목적을 갖고 범행을 저지른 게 아닌 점, 이 사건으로 6개월 구금 생활을 한 것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신 전 국장이 밀가루 지원 사업을 재개하는 과정에서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와 공모한 사실도 인정됐다.

정 판사는 “해당 사업을 함께 추진한 이 전 부지사는 평화부지사로서 발생한 문제에 관해 가장 상위의 결정 권한에 있다. 이화영을 생각하지 않고 단독으로 결정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화영 진술에 의해 사업 등 대북지원사업 관련 이화영도 위법사항을 발견해 알고 있을 수도 있었음에도 재개를 지시하거나 피고인의 사업 재개 요청이 있어 승인했다고 보기 충분하다. 명시적 공모 아니어도 이들 사이에 묵시적 공모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신 전 국장은 2021년 1월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업무에 활용하기 위해 경기도 문건 240개를 USB에 담아 외부로 반출한 혐의와 같은 해 6월 도 평화협력국장 재직 시절 관여한 1억원 규모의 학술연구용역 계약을 동북아평화경제협회에 근무하며 수주한 혐의(공직자윤리법 위반)도 받는다.

이밖에 쌍방울 그룹 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2022년 12월부터 2023년 3월까지 평소 알고 지내던 공무원들에게 대북사업 등 내부 자료를 요청해 이들이 경기도 내부 전산망에 침입하게 했다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도 있다.

지난 2019년 3월 ‘북한 산림복구’라는 명목으로 추진된 북한 묘목 지원 사업과 관련해 기소된 권리행사방해, 지방재정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됐다.

정 판사는 “경기도 북한 묘목 지원 사업에 대해 지원된 금송묘목은 일반적으로 관상수지만, 산림 전문가들의 증언에 의해 산림 조성용으로도 가능해 실제 사용될 여지가 있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과 이화영이 사업목적 지원대상과 투명성 분배 등 인도적 대북 조건에 위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수원지검 청사/경인일보DB
수원지검 청사/경인일보DB

한편 검찰은 이날 곧바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수원지방검찰청은 입장문을 통해 “도의 묘목 지원사업 관련 무죄를 선고한 것에 대해 재판부도 당시 북한 고위층의 요구에 따라 피고인과 이화영이 도 남북교류협력기금으로 묘목을 지원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는바, 검찰은 묘목 지원의 부당성에 대해서는 항소하여 다툴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의 위법한 지시로 도민의 혈세 약 10억원이 낭비된 점, 공범 이화영의 재판에 이용하려고 경기도 내부 문건을 유출한 점 등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한 양형은 납득하기 어려우므로 검찰은 항소심에서 불법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