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강당에서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개최한 전세사기 등 사기범죄 양형기준안 공청회에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2025.2.17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1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강당에서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개최한 전세사기 등 사기범죄 양형기준안 공청회에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2025.2.17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전국에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전세사기를 비롯해 조직적 사기 범죄에 대해 최대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 기준이 바뀔 전망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이하 양형위)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기 범죄 양형 수정안을 다음 달 최종 의결할 계획이다. 범죄 양상이나 국민 인식 변화를 반영할 필요성, 전세사기와 보이스피싱 등 조직적 사기 유형에 대한 처벌 강화 요구가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위는 지난해 4월부터 양형 기준 수정안 마련에 돌입했다.

양형위가 지난 17일 ‘양형 기준안에 관한 제20차 공청회’에서 공개한 수정안을 보면, 이득액 300억원 이상 일반사기와 이득액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의 조직적 사기 가중영역 상한을 징역 17년으로 높이고 죄질이 무거운 경우 특별 조정을 통해 최대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득액이 300억원 이상인 조직적 사기도 징역 11년 이상이었던 가중영역을 무기징역으로 높였다. 또 감경 요소 중 ‘공탁 포함’ 문구를 삭제해 실질적 피해 회복이 이뤄진 경우 등에만 감경 사유로 참작하기로 했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를 저지른 ‘건축왕’ 남헌기(63)씨도 지난해 2월 1차 기소 사건 1심에서 사기죄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현행 사기죄 형량은 10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이다. 피해자가 다수인 경우에는 경합범 가중을 통해 징역 15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재판을 맡은 판사는 선고 당시 “인간 생존을 위한 주거생활 안정을 파괴하고, 삶과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간 사기 범죄에 대한 처벌로는 부족하다”며 이례적으로 사기죄 형량을 높이는 개정 입법 필요성을 밝혀 주목을 받았다.

남씨 일당은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세입자 665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536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2023년과 지난해 3차례에 걸쳐 기소됐다. 그러나 남씨는 1차 기소 사건의 항소심에서 징역 7년으로 크게 감형됐고, 최근 대법원이 확정 판결했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보증금을 잃고 실의에 빠진 피해자들은 대법원이 남씨 일당에 대한 엄벌을 내려주길 바랐다. 하지만 이러한 희망조차 물거품이 되자 또다시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양형 기준 논의 속 지난 대법원 판결이 앞으로 진행될 2·3차 기소 사건 등 재판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