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 그린벨트내 테니스장 공사 현장 모습. 2025.2.14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14일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 그린벨트내 테니스장 공사 현장 모습. 2025.2.14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은 수도권 주민들을 옭아맨 대표적인 국가규제다. 구역 내의 건축물 신·증축, 용도변경과 토지 형질변경, 분할이 엄격하게 법으로 제한된다. 토지소유주와 구역 내 국민에겐 재산권 제한 레드벨트이다. 이들의 원성에 못이겨 정부는 규제완화로 실낱같은 숨구멍을 열어놓았다. 구역 내 주민들에게 허용된 민간 야영장과 실외체육시설 설치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외지인이 원주민 특례를 투기의 통로로 이용하고 지자체가 이를 방관한다는 지적을 받는 사례가 발생했다.

토지 거래 실적이 없던 그린벨트인 성남시 시흥동 189-1번지(5천725㎡)는 성남시가 2022년 10월 공고한 실외체육시설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거래가 활발해졌다. 그해 4월 한 영농법인이 이 땅에 작물재배사 건축허가를 받더니, 5월엔 J씨가 97억원에 땅을 매입하고, 10월엔 성남시가 낸 ‘GB 내 실외체육시설 사업자 선정 공고’에 테니스장 조성계획으로 단독 응모한 K씨가 선정됐다. K씨는 또 사업권을 2023년 12월 건설·부동산법인인 (주)판교클라쓰에 양도했고, 현재는 강남 부동산 시장에서 260억원 짜리 매물로 나온 것이 경인일보 취재로 확인됐다.

그린벨트의 천덕꾸러기 땅이 3년 만에 강남 부동산 시장의 수백억원대 매물로 등장하는 일련의 과정은 한편의 잘 짜여진 시나리오 같다. 성남시는 사업자 선정공고 당시 경기도의 사업권 양도 제한 지침을 제외했다. 새마을금고는 작물재배사 건축허가를 담보로 100억원 대출을 승인해 J씨는 자기자본 한 푼 없이 땅주인이 됐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주)판교클라쓰와 또 다른 법인의 대표·임원과 토지 소유주는 대부분 친인척 사이라고 한다.

이 같은 사례가 발생한 배경은 정부의 부주의 때문이다. 그린벨트 규제는 법으로 촘촘하게 규정한 정부가 특례 조치의 이익과 편의를 원주민에게 돌려줄 제도적 의무를 유기한 것이다. 국토부에 법규정이 없으니 경기도의 사업권 양도 금지 지침은 무시해도 그만이다. 성남시 시흥동 사례가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업자와 지자체와 금융권 사이에 의혹이 있어도 대응할 법적 근거가 없으니 더욱 그렇다. 규제를 참고 참는 원주민들을 두 번 세 번 우롱하는 일이다.

국토부는 당장 그린벨트 내 특혜 조치의 이익을 원주민의 것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현장을 관리한 광역자치단체의 조례 제정은 그 다음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