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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원의 기적’ 기부 프로젝트는 지난 2019년 8월 인천소방본부에서 시작됐다. ‘매일 119원씩 모으면 한 달에 3천570원’ 서영재 소방경이 아이디어를 냈다. 첫 달 소방관 600명이 동참해 214만2천원을 모았다. 2019년 2천400만원이던 모금액은 5년 5개월만에 총액 12억원을 돌파했다. 모금액은 지난해 11월 구산동 주택화재 중증 장애인 등 96곳에 지원됐다. 작은 돈이지만 모이면 큰 힘을 발휘한다는 희망의 증거들이다.
‘119원의 기적’ 수혜 1호는 강화 우리마을 콩나물 공장이다. 2019년 10월 화재로 발달장애인 50명·종사자 18명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소방관들은 1천만원을 선뜻 기부했다. 안타까운 사연에 3천600명의 후원 릴레이가 이어졌다. 잿더미가 된 공장은 절망을 극복하고 556일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인천소방본부에는 감사의 손편지와 유기농 콩나물 선물상자가 도착했다. 진심 어린 기부는 아름다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119원의 기적’ 기부자는 소방관부터 일반 시민·기업까지 4천500명으로 늘었다. SK인천석유화학은 5년 연속 사회공헌을 실천하고 있다. 구성원 600명이 기본급의 1%씩 십시일반 모아 기금을 마련한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인천지역본부도 2022년부터 매년 힘을 보태고 있다.
‘개인은 참가… 기업은 후원… 119원의 기적런 완주.’ 경인일보 2020년 11월 23일 자 10면 기사의 제목이다. ‘119원의 기적’ 캠페인은 인천 송도국제마라톤대회와 만나 의미를 더했다. 당시 코로나19로 마라톤대회는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이 각자 원하는 장소와 시간을 골라 코스를 뛰고 기록을 측정, 인증하는 이른바 ‘버추얼 런(Virtual Run) 방식이었다. 경인일보는 인천소방본부·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의기투합했다. 장장 35일 동안 대회를 개최하고, 마라토너들의 참가비 일부를 기부했다. 인천지역 소방관들도 러닝화 끈을 묶었다. 소방의날(11월 9일)을 전후로 경인아라뱃길 11.9㎞ 구간을 함께 뛰었다. ‘기적런’은 이듬해 1천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소방관들은 현장의 기억을 가슴에 품고 산다. 이웃의 절규는 책임의 무게로 남는다. 인천 소방관들의 양심과 온정은 경기·충남 등 곳곳으로 전파됐다. 작은 물방울이 바다를 이루듯, 작은 나눔은 놀라운 기적을 만들고 있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