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선포 당일 식사 일화까지 거론

민주 정치 세력 연대 촉구 양자 일치

비명계 결집엔 소극적… 배경에 관심

주한 美대사 대리와 한미동맹 재확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2일 오전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기도의회 제382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2.1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2일 오전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기도의회 제382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2.1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정권 교체와 사회 대개혁을 위해 ‘새로운 다수 연합’을 만들어야한다는 조국 전 대표님의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

“사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령이 선포됐을 때 조국 전 대표와의 저녁 식사 자리가 있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최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 수감 중인 조 전 대표의 옥중기고문과 서면 인터뷰 내용은 물론, 최근엔 비상계엄령이 선포되던 날 저녁 조 전 대표와 만남을 가졌다는 일화까지 처음으로 거론했다. 김 지사가 ‘범친문’의 표심을 두드리려는 의도로 비춰진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새로운 다수 연합’과 ‘빛의 연대’

김 지사는 “제대로 된 정권 교체를 위해선 ‘빛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비상계엄·탄핵 사태를 끝내는 데 민주 정치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조 전 대표의 주장과 동일하다. 조 전 대표는 옥중기고문을 통해 “‘새로운 다수 연합’을 만들어야 한다”며 “12·3 내란에 반대하고 민주 헌정 회복을 추구하는 세력이 뭉쳐야 한다. 조국혁신당, 민주당 등 진보성향 정당 외, 보수성향 개혁신당까지도 같이 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SNS 캡처
김동연 경기도지사 SNS 캡처

김 지사는 조 전 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범야권 연대의 필요성을 주창하며 뜻을 같이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한때 일각에선 김 지사가 비명계 주축 연대 방안을 모색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지만, 정작 이날도 김 지사가 원외 비명계가 주도하는 ‘희망과 대안 포럼’ 발족식엔 불참하는 등 비명계 결집 행보엔 소극적이라 조 전 대표 언급 횟수를 늘리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 광주경영자총연합회 특강에서 김 지사는 “계엄령 당일 저녁에 조국 전 대표와 저녁을 함께했다”며 “(당시가) 조 전 대표의 대법원 최종 확정 판결 전 주였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와 비공개로 만나 식사하면서 서로 힘도 실어주고 격려도 하고 솔직한 얘기를 나눴다”고 언급했다. 김 지사가 조 전 대표와의 만남 사실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이런 점은 김 지사가 ‘제2의 노무현의 길’을 걷겠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계보를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강하게 밝히고 있는 점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지난 17일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한 김 지사는 “광주 무등산 ‘노무현 길’을 걸으며 노무현 유산의 상속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자산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의 부채를 물려받는 사람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비명계 아닌 ‘김동연의 길?’

김 지사가 ‘비명계’ 인사로 한데 묶이게 된 것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쓴소리를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주장한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 보편 지급이 아닌 선별 지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이 대표가 기치로 내건 ‘실용주의’를 민주당의 목표 그 자체로 내세워선 안 된다고도 꼬집었다.

김 지사는 소신대로 이 대표에게 비판 목소리는 높이더라도, 이와 별개로 본인의 노선을 구축하는 데에 힘을 써보려는 모양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8일 조셉 윤(Joseph Yun) 주한 미국 대사대리를 만나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경기도와 미국 간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2025.2.18 /경기도 제공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8일 조셉 윤(Joseph Yun) 주한 미국 대사대리를 만나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경기도와 미국 간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2025.2.18 /경기도 제공

이날도 김 지사는 조셉 윤 주한 미국 대사 대리와 만나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대응책을 논의했다. 김 지사는 계엄령 사태 등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한국에 신뢰를 보여준 조셉 윤 대사대리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경기도와 미국 간 협력을 위한 의견을 교환했다.

김 지사측 관계자는 “(김 지사가) 한번도 직접 비명계라고 언급하거나, 비명계 모임에 참석한 적이 없다”며 “‘더 큰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가 중요하다. 앞으로도 경제 행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