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선포 당일 식사 일화까지 거론
민주 정치 세력 연대 촉구 양자 일치
비명계 결집엔 소극적… 배경에 관심
주한 美대사 대리와 한미동맹 재확인

“정권 교체와 사회 대개혁을 위해 ‘새로운 다수 연합’을 만들어야한다는 조국 전 대표님의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
“사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령이 선포됐을 때 조국 전 대표와의 저녁 식사 자리가 있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최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 수감 중인 조 전 대표의 옥중기고문과 서면 인터뷰 내용은 물론, 최근엔 비상계엄령이 선포되던 날 저녁 조 전 대표와 만남을 가졌다는 일화까지 처음으로 거론했다. 김 지사가 ‘범친문’의 표심을 두드리려는 의도로 비춰진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새로운 다수 연합’과 ‘빛의 연대’
김 지사는 “제대로 된 정권 교체를 위해선 ‘빛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비상계엄·탄핵 사태를 끝내는 데 민주 정치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조 전 대표의 주장과 동일하다. 조 전 대표는 옥중기고문을 통해 “‘새로운 다수 연합’을 만들어야 한다”며 “12·3 내란에 반대하고 민주 헌정 회복을 추구하는 세력이 뭉쳐야 한다. 조국혁신당, 민주당 등 진보성향 정당 외, 보수성향 개혁신당까지도 같이 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조 전 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범야권 연대의 필요성을 주창하며 뜻을 같이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한때 일각에선 김 지사가 비명계 주축 연대 방안을 모색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지만, 정작 이날도 김 지사가 원외 비명계가 주도하는 ‘희망과 대안 포럼’ 발족식엔 불참하는 등 비명계 결집 행보엔 소극적이라 조 전 대표 언급 횟수를 늘리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 광주경영자총연합회 특강에서 김 지사는 “계엄령 당일 저녁에 조국 전 대표와 저녁을 함께했다”며 “(당시가) 조 전 대표의 대법원 최종 확정 판결 전 주였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와 비공개로 만나 식사하면서 서로 힘도 실어주고 격려도 하고 솔직한 얘기를 나눴다”고 언급했다. 김 지사가 조 전 대표와의 만남 사실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이런 점은 김 지사가 ‘제2의 노무현의 길’을 걷겠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계보를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강하게 밝히고 있는 점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지난 17일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한 김 지사는 “광주 무등산 ‘노무현 길’을 걸으며 노무현 유산의 상속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자산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의 부채를 물려받는 사람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비명계 아닌 ‘김동연의 길?’
김 지사가 ‘비명계’ 인사로 한데 묶이게 된 것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쓴소리를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주장한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 보편 지급이 아닌 선별 지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이 대표가 기치로 내건 ‘실용주의’를 민주당의 목표 그 자체로 내세워선 안 된다고도 꼬집었다.
김 지사는 소신대로 이 대표에게 비판 목소리는 높이더라도, 이와 별개로 본인의 노선을 구축하는 데에 힘을 써보려는 모양새다.

이날도 김 지사는 조셉 윤 주한 미국 대사 대리와 만나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대응책을 논의했다. 김 지사는 계엄령 사태 등으로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한국에 신뢰를 보여준 조셉 윤 대사대리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경기도와 미국 간 협력을 위한 의견을 교환했다.
김 지사측 관계자는 “(김 지사가) 한번도 직접 비명계라고 언급하거나, 비명계 모임에 참석한 적이 없다”며 “‘더 큰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가 중요하다. 앞으로도 경제 행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