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기숙사서 일산화탄소 중독사

가스류 사고 감소… 2022년 10건

고용부 미봉책에 피해 반복 지적

인도네시아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가 일산화탄소 중독(추정)으로 숨진 가운데, 기숙사로 사용되던 빌라에 폴리스라인이 붙어있다. 2025.2.19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인도네시아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가 일산화탄소 중독(추정)으로 숨진 가운데, 기숙사로 사용되던 빌라에 폴리스라인이 붙어있다. 2025.2.19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최근 평택시의 기숙사에서 숨진 외국인 노동자의 사인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를 두고 숙소 안전관리와 점검 절차가 형식에 그쳐 비극이 되풀이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평택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6일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의 기숙사로 사용되던 평택시 청북읍의 한 빌라 4층에서 인도네시아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 A씨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구조됐으나 숨졌다. 같은 방을 사용하던 같은 국적의 동료 B씨도 의식 저하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경찰은 가스 누출로 인한 사고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A씨의 사인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된다’는 부검 구두 소견을 전달하면서다. 이들이 발견된 방은 창문을 열면 보일러실로 쓰이는 베란다가 있는 구조로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정밀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찾은 A씨가 동료들과 거주했던 건물 1층에는 액화석유가스(LPG) 저장시설이 놓여있었다. LPG는 주로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에 설치되는데, 관련법 안전관리규정에 따라 가스 공급자들은 안전 유지를 위해 정기 점검을 해야 하지만, 영세한 업체가 많은 LPG는 점검이 임의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가스업계 관계자는 “도시가스 공급업체는 대부분 상장회사라 직원 수도 많고 점검원도 따로 두는 경우가 많다”며 “LPG 업체는 1인 사업장인 경우도 많은 등 영세하고 경쟁도 치열해 관리가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만난 입주민 A씨도 “2023년에 가스 점검을 했다는 확인 우편물을 받았었는데, 그 이후로는 잘 기억이 안난다”고 말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난방용품으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는 매년 감소세를 보인다. 지난 2019년 213건에서 2020년 125건, 2021년 133건, 2022년 86건까지 줄었다. 이마저도 연탄난로·화로 숯 등 목재류를 태우다가 발생하는 중독 사고가 63건(73%)으로 대부분이다. A씨처럼 가스류에 의해 중독된 사고는 지난 2022년 기준 10건에 불과하다.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안전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는 건 사용자의 기본 의무임에도 현실에선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노동부의 기숙사 허가나 현장실사 등의 감독 과정이 형식에 그치고 이주노동자들이 숨질 때마다 미봉책을 마련하고 있으니 비극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