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아내를 살해한 뒤 시신을 차량에 숨긴 40대 남편이 경찰에 붙잡힌 가운데, 사건 발생 전 둘 사이의 가정폭력 신고가 한 차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당시 폭행 정황이 있었음에도 경찰이 가해자를 분리하는 긴급임시조치 등을 하지 않았고 며칠 뒤 참변이 발생했다.

20일 수원중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살인 등 혐의로 A(47)씨를 전날 체포해 조사 중이다. A씨는 지난해 11월 말께 수원시 내 자신이 사는 다세대주택에서 아내 40대 B씨를 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차량 트렁크에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취재 결과 이 사건이 발생하기 며칠 전인 11월 9일 A씨 부부 사이 가정폭력 신고가 경찰에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B씨가 남편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집밖으로 나가 경찰 순찰차에 직접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A씨 부부 사이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 등의 분리조치인 (긴급)임시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아내가 처벌을 원치 않았고, 폭행 정도가 경미해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위험성평가로도 긴급조치 기준이 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아내가 처벌불원해 보호사건으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가정폭력 신고 뒤 가해자를 격리하는 임시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피해자가 죽임을 당하는 사건이 반복하면서 경찰의 현장 부실 대응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4일 양평에서 발생한 ‘남편 방화 추정 부부 사망’ 사건과, 지난해 광명에서 발생한 ‘50대 남편의 아내 살해’ 사건에 앞서서도 가정폭력 신고가 있었지만 긴급조치는 내려지지 않았고 이어 참극이 발생했다.

/조수현·목은수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