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주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유진주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온정주의’에 휘둘리지 않고, 청렴하게 운영하겠습니다.”

제9대 인천시의회가 후반기에 접어들 무렵 진행했던 윤리특별위원회 소속 모 의원 인터뷰 당시 발언이다. 윤리특별위원회는 비상설 위원회로 의원들이 이른바 갑질이나 음주운전, 성 비위 문제 등 청렴·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을 경우 한시적으로 활동한다.

윤리특별위원회 위원들은 동료 의원을 감사·감찰하며 문제를 일으킨 의원의 징계나 자격 심사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당시 기자와 인터뷰한 윤리특별위원회 소속 해당 의원은 온정주의에 휘둘리지 않고 높은 도덕적 기준을 바탕으로 의회를 청렴하게 운영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렇게 인터뷰를 진행한 지는 불과 7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다. 그때의 다짐이 무색하게 제9대 인천시의회는 온정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24일 현직 의원 A씨가 음주상태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운전을 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시의회 회의규칙에 따르면 의장은 징계 사유가 발생한 의원이 있을 때 본회의에 이를 보고하고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다.

지난 4일 인천시의회는 제300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를 열었지만, A 의원에 대한 윤리특별위원회는 결국 개최되지 않았다. 당시 인천시의회는 윤리특별위원회 개최 여부 조차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A 의원은 아무런 징계도, 조치도 받지 않았다. 경각심을 잃은 A 의원은 지난 16일 또 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 이번엔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기까지 했다. 인천시의회는 A 의원 처분을 논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제 식구만 감싸다 결국 더 큰 사고를 만들어냈다.

인천시의회는 21일 A 의원 처분을 논할 또 한번의 기회를 가진다. 이번 본회의에서 인천시의회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까. 더 이상의 온정주의는 안 된다.

/유진주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