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한 기숙사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

국과수 ‘일산화탄소 중독’ 부검 구두 소견

창문 열면 보일러실과 이어져있는 구조

경찰, 가스 누출 추정… 허술한 안전망 참극

故후센의 사고 소식을 들은 쌍둥이형 B씨가 동생에게 연이어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2025.2.20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故후센의 사고 소식을 들은 쌍둥이형 B씨가 동생에게 연이어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2025.2.20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그의 생일 이틀 전이었다. 사촌동생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회신 대신 걸려온 전화는 사촌동생 후센(29)이 병원에서 장례식장으로 옮겨질 거란 얘기를 전했다.

지난 16일 오후 11시 30분 후센의 사촌형 A씨는 충남 아산에서 택시를 잡아 다급히 평택 장례식장을 향하면서도 동생에게 일어난 일을 믿지 못했다.

한국에서 일하던 후센의 쌍둥이형과 고향 친구들도 A씨와 같은 믿지 못할 마음을 품고 장례식장에 모였다. 이후 자정이 넘어 함께 영안실에 누워있는 후센의 얼굴을 보고서야 그의 죽음을 인정했다. 그리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소리 내 엉엉 울었다.”(사촌형 A씨)

형식적 숙소 안전관리… 외국인 노동자 비극 되풀이

형식적 숙소 안전관리… 외국인 노동자 비극 되풀이

평택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6일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의 기숙사로 사용되던 평택시 청북읍의 한 빌라 4층에서 인도네시아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 A씨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구조됐으나 숨졌다. 같은 방을 사용하던 같은 국적의 동료 B씨도 의식 저하로 병원으로
https://www.kyeongin.com/article/1729959
지난 20일 인천 중구 운서역 인근에서 만난 故후센의 사촌형 A씨가 생전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찾고 있다. 2025.2.20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지난 20일 인천 중구 운서역 인근에서 만난 故후센의 사촌형 A씨가 생전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찾고 있다. 2025.2.20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이날(16일) 오후 7시께 외국인 노동자 후센은 평택시 청북읍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 기숙사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으나 끝내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그의 사인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된다는 부검 구두 소견을 냈다. 후센이 동료와 함께 지냈던 방은 창문을 열면 보일러실로 쓰이는 베란다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사고로부터 나흘 뒤 인천 중구 운서역 인근에서 만난 후센의 사촌형 A씨와 쌍둥이형 B씨, 친구 C씨는 “내성적이고 착했던 친구가 떠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부모님과 누나·동생들을 뒤로하고 지난 2018년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입국해 5년여를 일했던 그는, ‘성실근로자’로 꼽혀 지난해 9월 다시 한국을 찾은 상황이었다.

후센(29·인도네시아)이 일산화탄소 중독(추정)으로 숨진 가운데, 기숙사로 사용되던 빌라에 폴리스라인이 붙어있다. 2025.2.19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후센(29·인도네시아)이 일산화탄소 중독(추정)으로 숨진 가운데, 기숙사로 사용되던 빌라에 폴리스라인이 붙어있다. 2025.2.19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

사촌형 A씨는 “후센은 주위 사람들이 걱정할까 봐 본인의 힘든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아이였다. 동생들이 원하면 좋은 신발이며 모자, 옷을 다 건네주곤 했다”며 “6살 막내 남동생은 아직 형이 살아있다고 믿고 있는데 내일(21일)이면 알게 될 것…”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가 사고로 숨진 날은 그의 생일 이틀 전이기도 했다.

유족들은 한국엔 본인들을 포함해 후센의 고향 인도네시아 ‘스마랑’(Semarang)에서 온 노동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평택, 세종 조치원, 충남 아산 등 전국에서 일하던 이들은 쉬는 날이면 안산에 모여 타국에서의 고단한 삶과 일의 어려움을 풀어냈다.

그때마다 후센은 기타를 메고 왔다고 한다. 중학생 때 배운 기타를 치며 노래도 불렀다는 그의 삶은 회사가 제공한 기숙사에서 예고 없이 끊어졌다.

故후센의 살아 생전 모습. /유족 제공
故후센의 살아 생전 모습. /유족 제공
故후센(왼쪽)과 친구C씨가 지난해 한국에 재입국하고 찍은 모습. /유족 제공
故후센(왼쪽)과 친구C씨가 지난해 한국에 재입국하고 찍은 모습. /유족 제공

“한국에선 가스 사고가 많이 나나요? 후센은 정말 건강했어요.”

A씨는 아직 동생이 죽은 명확한 이유를 모른다는 사실을 답답해하며 이렇게 되물었다. 후센의 시신은 21일 오전 10시30분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인도네시아행 비행기로 그의 고국으로 운구됐다. 후센은 가족들이 기다리는 고향 스마랑에서 다시 장례를 치른 뒤 그곳에 묻힐 예정이다.

후센의 죽음은 열악한 외국인 숙소의 허술한 안전관리가 불러온 참극이었다.

후센과 같이 가스류에 의해 중독된 사고는 지난 2022년 기준 10건에 불과하지만, 그 낮은 확률의 사고로 그는 숨졌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