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극단 갈려… 헌재 판결 승복 어려울듯
지방분권·상원제 등 권한 재조정 큰 공감대
전문가 “여야 합의땐 개혁 40일내로 충분”
거짓을 이기는건 ‘진실’… 어둠을 걷어낼것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와 진영정치의 악순환을 끊을 대안으로 ‘개헌’을 꼽았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지만,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커지고 있어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개헌’의 불씨를 살렸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정변경이 생겨, 이제는 ‘헌법재판소의 시간’이 됐지만 개헌을 통해 권력과 진영의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지난주 광주 금남로와 광화문에 이어 어제(22일)도 전국 각지에서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서 탄핵 찬반 집회를 열며 진영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여야 의원들까지 집회에 동참하며 막바지 기싸움에 불을 지폈고, 이런 분위기는 헌재의 결정이 ‘인용’이든 ‘기각’이든 승복하지 못하는 갈등으로 이어져, 더 큰 화(化)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여당은 탄핵 심판 국면에서 조기 대선 준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어정쩡한 분위기이지만, 대선의 판도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다. 이처럼 극단적으로 갈라진 진영 대결과 법원·헌재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헌재의 판결을 승복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여러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대표가 대선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윤 대통령의 탄핵이 그에게 면죄부가 될 수 없는 것처럼, 탄핵이 기각되어 윤 대통령이 복귀하더라도 야당이 이를 승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든, 헌법 개정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정립해야 한다. 여야 정치원로들 역시 개헌을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국민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1987년 체제의 헌법은 그동안 여러 한계를 드러내며 개헌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집권 후에는 ‘꿩 구워 먹은 자리’이기 일쑤여서, 이번에는 적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다양한 개헌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핵심은 과도한 권력집중을 완화하는 데 있다. 골프나 인생에서도 힘을 빼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듯이, 이번 기회를 통해 권력구조를 재조정하는 데 뜻을 모아야 한다. 정치 실종의 시대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수틀리면 권력을 휘두르는’ 관행을 청산하고 분권형 대통령제, 이원집정부제+4년 중임제 같은 권력 분산형 모델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크다. 지방정부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지방분권 개헌’ 역시 검토할 만하다.
책임총리제 역시 유력한 대안이다. 국회에서 총리를 선출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상당 부분 이양함으로써 권력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또한 미국처럼 상원제를 도입해 국회 내에서 권력을 분산시키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지방분권 개헌을 통해 중앙정부와 대통령의 권한을 지방으로 내려주면 중앙집권적 구조를 완화하고, 보다 균형 잡힌 정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도 헌법과 정치개혁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여야가 합의만 하면 30~40일이면 충분하며, 조기 대선 여부와 관계없이 개헌을 통해 정치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투표를 거쳐 차기 정권이 시행할 수 있도록 부칙을 두면 실행 가능성도 높아진다.
중앙정치 개혁과 지방분권 개헌을 절묘하게 조정해 누가 정권을 잡든 다시는 국민들이 불안과 혼돈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봉쇄’해야 한다.
그건 그렇고 ‘환갑’을 지나보니, 거짓이 진실을 이기지 못하더라. 이번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로 난장판 개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결국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는 없다. 역사를 돌이켜 봐도, 악이 선을 이긴 적은 없었고, 진실은 결국 빛처럼 어둠을 걷어내더라. 지나온 인생에서 얻은 나름의 개똥철학이지만, 결국 이것이 진리 아닐까 싶다.
/정의종 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