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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 시간 2021년 11월 23일.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생큐 삼성”을 연거푸 외쳤다. 삼성전자는 이날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위한 170억 달러(20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애벗 주지사는 “텍사스뿐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역사적 발표”라고 극찬했다. 백악관도 “삼성의 텍사스 투자 발표를 환영한다”는 성명을 냈다. 립서비스에 10억 달러의 세금 감면 혜택을 추가했다.
삼성은 이에 그치지 않고 2022년 5월 국내외 450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7월엔 2천억 달러를 투자해 20년에 걸쳐 텍사스주 테일러·오스틴시에 반도체 생산라인 11개를 추가한다는 계획도 공표했다. 입이 벌어진 미국은 지난해 12월 47억 달러의 중앙정부 보조금 지급을 확정했다. 삼성의 투자는 신속했고 미국의 보상은 확실했다. 반면에 국내에서는 반응만 요란했다. 정작 보상을 위한 반도체산업 지원 입법은 뻘밭에 빠져 허우적댔다.
반도체의 삼성이 위기다. 메모리 분야는 추월당하기 직전이고, 비메모리 분야는 추격이 버겁다. 국내외 투자환경도 악화일로다. 미국에선 트럼프가 반도체 관세와 보조금 삭감으로 압박한다. 국내에선 쥐꼬리만한 세금 감면과 보조금 지급 입법이 지연되고, 주52시간 법정근로로 반도체 연구·개발은 오후 6시면 멈춘다. 트럼프의 압박이 아니어도 투자계획을 미국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할 지경이다.
삼성, SK는 반도체 연구·개발의 주52시간 예외를 읍소한다. 읍소를 편들어줄 지역과 사람들이 있다. 반도체 벨트인 경기도 수원·용인·화성·평택·이천시의 정치인들이다. 삼성이 납부한 지방소득세에 따라 재정이 춤추는 도시들이다. 삼성의 300조원 용인시 투자 계획의 과실도 함께 누릴 도시들이다. 삼성이 반도체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신축을 중단한 평택시는 경제대란에 몰렸다.
이 도시들의 국회의원만 17명이다. 5명의 시장과 경기도지사와 함께 삼성과 SK의 하소연에 귀 기울여야 정상이다. 삼성 반도체연구소와 생산공장이 있는 미 텍사스 오스틴시는 넘쳐나는 박사 인력이 밤새워 연구한다. 연구·개발이 멈추면 기술 경쟁력이 떨어지고 공장 가동이 멈춘다. 수원 디지털시티는 삼성 반도체 연구·개발의 허브다. 오후 6시면 불 꺼지는 디지털시티에 등골이 서늘하다. 반도체에 목을 맨 경기도 도시들의 반도체 정치동맹 결성이 절실하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