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근로자 꼽혀 다시 한국行
평택 기숙사서 일산화탄소 중독
“안산에 모일때면 기타 메고 와”
황망한 사망에 유족·친구 슬픔

지난 16일 오후 11시30분 후센의 사촌형 A씨는 충남 아산에서 택시를 잡아 다급히 평택 장례식장을 향하면서도 동생에게 일어난 일을 믿지 못했다.
한국에서 일하던 후센의 쌍둥이형과 고향 친구들도 믿지 못할 마음을 품고 장례식장에 모였다. 이후 자정이 넘어 함께 영안실에 누워있는 후센의 얼굴을 보고서야 그의 죽음을 인정했다. 그리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소리 내 울었다.”(사촌형 A씨)
이날(16일) 오후 7시께 인도네시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후센은 평택 청북읍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 기숙사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으나 끝내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그의 사인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된다는 부검 구두 소견을 냈다. 후센이 동료와 함께 지냈던 방은 창문을 열면 보일러실로 쓰이는 베란다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사고로부터 나흘 뒤인 지난 20일 인천시 중구 운서역 인근에서 만난 후센의 사촌형 A씨와 쌍둥이형 B씨, 친구 C씨는 “내성적이고 착했던 친구가 떠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부모님과 누나·동생들을 뒤로하고 지난 2018년 돈을 벌기 위해 입국해 5년여를 일했던 그는, ‘성실근로자’로 꼽혀 지난해 9월 다시 한국을 찾은 상황이었다.

사촌형 A씨는 “후센은 주위 사람들이 걱정할까 봐 본인의 힘든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아이였다. 동생들이 원하면 좋은 신발이며 모자, 옷을 다 건네주곤 했다”며 “6살 막내 남동생은 아직 형이 살아있다고 믿고 있는데 내일이면 알게 될 것”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가 사고로 숨진 날은 그의 생일 이틀 전이기도 했다.
유족들은 한국엔 본인들을 포함해 후센의 고향 인도네시아 ‘스마랑’(Semarang)에서 온 노동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평택, 세종 조치원, 충남 아산 등 전국에서 일하던 이들은 쉬는 날이면 안산에 모여 타국에서의 고단한 삶과 일의 어려움을 풀어냈다.
그때마다 후센은 기타를 메고 왔다고 한다. 중학생 때 배운 기타를 치며 노래도 불렀다는 그의 삶은 회사가 제공한 기숙사에서 예고 없이 끊어졌다.
후센의 시신은 지난 21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인도네시아행 비행기로 그의 고국으로 운구됐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