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로사 등 열악한 노동여건으로 사회적 질타를 받아온 쿠팡과 쿠팡 배송·물류·배달 등 자회사들이 플랫폼 입점업체와 노동자들과의 상생협약안을 내놨으나 현장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특히 배송기사들의 고강도 노동을 야기해온 ‘클렌징’(구역회수)을 삭제한 대목을 두고 대리점의 다른 평가항목에 클렌징과 유사 지표가 남아있다며 사실상 ‘조삼모사’에 지나지 않은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24일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에 따르면 을지로위는 최근 쿠팡과 산하 계열사(CLS·CFS·쿠팡이츠), 쿠팡 플랫폼 자영업자, 쿠팡 노동자 등과 함께 ‘쿠팡-소상공인·민생단체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배송·물류·배달 등 자회사와 업체 노동자 간 협약 내용에는 건강검진 지원 확대·표준계약서 사용(배송·물류), 빠른정산 서비스 도입·라이더 처우 개선(배달) 등이 담겼다. 배달앱 수수료 완화, 라이더 처우 개선과 관련해서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출범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쿠팡 플랫폼 대부분 사업장에 가닿는 상생 방안에 고무적이란 평가가 나오는 한편에는 노동 현장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비판도 있다. 특히 택배현장에서의 우려가 그렇다. 이번 협약에서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 요인으로 지목돼 온 월 배송수행률 95%미만 등의 클렌징 조항을 ‘대리점 계약 해지 요건’에서 없애기로 했지만, 대리점 재계약 평가 자료(SLA)에는 배송 수행률과 프레시백 회수율 등의 지표가 남아서다. 기존 클렌징 항목 10가지에 포함됐던 내용이 다른 평가지표로 옮겨져 노동환경을 압박할 것이란 게 노동자들의 지적이다.
강민욱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 집행위원장은 “기존 클렌징 조항에 있던 프레시백 회수율에 더해 심야 배송시간 미준수 발생빈도 등이 들어간 대리점 평가지표가 그대로 남은 것은 클렌징을 남겨두겠다는 말과 다름없다”며 “쿠팡과 자회사가 계속 문제돼왔던 지점들을 사회적 대화로 해결해보겠다는 건 의미 있지만, 택배 영역의 경우 대리점이 기사의 구역을 직접 회수하는 문제, 야간노동 개선점 등에 대한 내용이 없는 반쪽짜리 협약”이라고 비판했다.
쿠팡 측은 대리점 재계약 평가자료로 프레시백 회수율 등을 활용하는 것과 관련해 다른 택배업체들이 재계약 시점에 지표로 적용하는 항목들에 준하는 수준이며, 신선식품을 배송하는 사업장의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리점 ‘즉시 계약 해지’ 요건인 클렌징 항목의 삭제로 기존 클렌징 요건으로 대리점과 계약을 해지할 수 없게 됐다며 상생안을 통해 향후 현장 환경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