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팔탄면 건물, 소주병·염주
‘음침한 곳’ 온라인서 유행 번져
인근 주민 “범죄공간 될라” 불안
대부분 사유지… 붕괴 위험성도

화성시 팔탄면 도로변에 위치한 낡은 간판이 걸린 5층 건물. 철거 중인 듯한 모습으로 펜스는커녕 문조차 없어 누구나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상태였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한쪽에는 타다 남은 폭죽 잔해, 그리고 그 옆으로는 빈 소주병과 찢긴 병풍, 염주가 널브러져 있었다. 로비 거울에는 ‘왔다감’이라 적힌 낙서들이 가득했다.
해당 폐모텔은 최근 ‘폐허 덕후’들 사이에서 성지처럼 떠오른 곳이다. 공포 체험을 원하는 마니아들이 온라인에서 정보를 공유하며 이곳에 찾아오고 있다. 한 유명 공포 마니아 블로그에는 해당 장소 방문 후기를 사진과 함께 올린 게시글이 있으며, 무당이 굿을 하고 간 듯한 흔적이 남아 있다고 흥미를 유도했다. 게시글 밑에는 ‘주소 좀 알려주세요’라는 댓글이 가득했다.
경기도 내 곳곳에 방치된 빈집, 폐건물, 폐주유소 등은 이들에게 모험지나 다름없다. 용인시에 위치한 한 빈집 역시 ‘가 봐야 할 곳’이 됐다. 해당 블로그에는 용인 빈집에 대해 ‘수집증후군 폐주택, 산속 저수지 폐가’라며 주인이 없는 거실과 안방에 들어가 찍은 사진을 게시했다.

폐허 덕후들이 모이는 오픈 채팅방도 성황이다. 현재 100명 한정으로 운영되는 채팅방에서는 이런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방문한 이들은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음침한 기운이 가득한 다음 탐방지를 추천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현재 유명 유튜버들의 폐가 체험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폐허 탐방’을 단순한 취미활동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장소는 엄연히 사유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해당 공간들에는 CCTV가 없어 신원 확인이 어려우며 건물이 노후돼 붕괴 위험도 크다.
특히 비행 청소년들의 일탈 공간이 되거나 범죄자의 은신처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인근 주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해당 폐모텔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50대)씨는 “밤이 되면 사람들이 들락날락하고, 요즘에는 방학 시즌이라 초등학생들까지 오가는 걸 봤다. 이곳 주변에 가로등이 없어 밤이 되면 더욱 위험하다. 무슨 사고라도 날까 걱정돼 보일 때마다 경찰에 신고하고 있는데, 아예 들어가지 못하게 해야 할 거 같다”고 토로했다.
해당 폐모텔은 지난 2022년 폐업한 뒤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나 건물을 포함한 주변을 재정비하는 작업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현재 건축 자잿값 등의 상승으로 철거를 비롯한 리모델링은 중단된 상태다. 최근 소유주는 화성시에 “한 달 이내로 공사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방치된 폐건물이 공포 체험 장소로 변하면서 위험 요소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독특한 체험을 원하는 사람들이 흥미로 방문하는 공간이지만 엄연히 사유지이고 철저히 관리되지 않으면 범죄와 사고의 온상이 될 수 있다”며 “건물 소유주가 출입을 금지하는 안내문을 곳곳에 부착하는 동시에 공공 차원에서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