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대 초, 양평군에 발을 처음 디뎠을 때를 기억한다. 경상도 토박이로 살며 부산의 인프라에 적응해 있던 내게 남한강과 용문산, 큰 마천루 하나만이 솟아 있던 읍내는 이십대 중반에겐 꽤 생경한 풍광이었다.
이후 기자 일을 시작하고 지역의 고질적인 문제를 글과 제도로 직접 마주했을 때 나도 모르게 헛헛한 한숨이 터져 나왔다.
지역 곳곳이 규제로 가득 차 있어 기업이 들어오지 못하고, 그로 인해 지역의 미래인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는 것을 숱하게 보며 이곳이 지역소멸 딱지를 떼는 것은 결코 쉽지 않겠다는 생각 또한 이어졌다.
청년들이 지역에 계속 거주하기 위해선 직장과 출퇴근, 주거비 문제 해결 등이 필수적인데 단기간에 이를 해결하는 게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2023년, 인근에 거주하는 갓 결혼한 부부가 잔뜩 상기되어 날 찾아왔다. 군에서 신혼부부들의 전세대출 이자를 지원해준다는 소식을 내 기사로 봤다며.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에 취직한 지인에게서도 전화가 왔다. 군이 통근 기차비의 50%를 지원해줄 거라는데 자세한 것을 아느냐는 질문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지자체에서 준비해준 정장으로 면접을 보고, 각종 지원으로 어려운 사회 초년을 헤쳐나가는 것을 직접 경험하자 그때부터 정책을 취재하는 내 태도도 꽤 진지해졌다.
그렇게 몇 년간 군이 우직하게 인구정책을 강화하는 것을 보며 글로 썼다. 그리고 최근 양평이 전국 군 단위 지자체 중 인구수 1위, 인구 증가수 2위라는 타이틀을 따내며 지역소멸 탈출의 맨 앞자리에 서는 것을 보았다.
지난주엔 전입 온 30대 주민을 만나 안부와 함께 양평에 온 이유를 물었다. 그는 ‘양평이 좋아서’라는 한 마디로 모든 것을 설명했다.
강산이 한 번 변했다. 올바른 정책은 지역을 살린다. 이제 다음 10년을 바라보고 나아가야 할 때다.
/장태복 지역사회부 (양평) 기자 jk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