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안성시 서운면 서울세종고속도로 안성 구간 9공구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교량 붕괴 사고로 4명이 숨진 가운데 소방당국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2025.2.25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25일 안성시 서운면 서울세종고속도로 안성 구간 9공구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교량 붕괴 사고로 4명이 숨진 가운데 소방당국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2025.2.25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사고 현장을 달리던 차량의 후방카메라에 포착된 사고 순간은 아찔하기만 하다. 공사 중인 교각 밑을 빠져나온 지 몇 초도 지나지 않아 교량 상판이 한꺼번에 무너져내리기 시작한다. 자칫 더 큰 인명피해가 날뻔했던 상황이었다. 해외토픽으로 접하면서 저렇게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어떻게 일어날 수 있지 했던 것이 남의 일이 아닌 게 됐다. 우리의 현실로 나타난 후진국형 사고 앞에서 당혹스러움과 낭패감을 감출 수 없다. 국민 대부분의 심경이 그러했을 것이다.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구간 중 안성 서운면 천용천교 현장의 교량 상판 붕괴 사고는 ‘런처’라고 하는 전용 크레인을 이용해 교량 상판을 교각 위에 놓던 과정에서 발생했다. 설치된 4개의 상판이 동시에 붕괴하면서 상부에서 작업 중이던 10명도 함께 바닥으로 추락,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사고가 난 교각의 높이는 최고 52m나 된다. 상판이 떨어져내린 구간만도 210m에 이른다. 사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이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가 곧바로 국가소방동원령으로 격상하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최우선으로 인명을 구조하라고 지시를 내릴 정도로 사고는 심각했다.

관계당국의 사고 원인 분석이 끝나면 밝혀지겠지만 이번 사고 역시 ‘인재’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고 현장에 적용된 ‘빔 런칭’ 공법은 난도가 높고 제약이 많은 특수 시공법이다. 전문가들은 하중 초과 등 시공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지적한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9공구 노선에 정부의 환경영향평가 당시 계획된 노선이 아닌 다른 대안이 채택돼 추진됐다는 경인일보의 단독 보도(2월 26일자 1면) 내용에 대해서도 당국의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사안의 심각성은 최근 이런 토목·건설 현장의 대형사고가 잇따르는 점에서 배가(倍加)된다. 2022년 1월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구조물·외벽 붕괴, 2023년 4월 성남시 탄천 교량 보행로 붕괴, 같은 달 인천 검단신도시 신축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지난해 4월 시화MTV 서해안 우회도로 교량 상판 구조물 붕괴, 이달 초 부산 기장면 호텔 건설 현장 화재 등 줄줄이 꿸 정도다. 정부와 현장의 특단 대책이 조속히 마련되지 않으면 토목과 건설로 우뚝 일어난 대한민국이 전 세계로부터 토목·건설 후진국으로 조롱거리가 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