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일제 강점기 병원 보존 가치”

앞선 다른 소송선 취하·재개에 1년 걸려

인천 부평구 옛 미군기지 ‘캠프 마켓’ 내 오염토양 정화 작업에 다시 제동이 걸릴 위기다. 부평미군기지 캠프 마켓. /경인일보DB
인천 부평구 옛 미군기지 ‘캠프 마켓’ 내 오염토양 정화 작업에 다시 제동이 걸릴 위기다. 부평미군기지 캠프 마켓. /경인일보DB

인천 부평구 옛 미군기지 ‘캠프 마켓’ 내 오염토양 정화 작업에 다시 제동이 걸릴 위기다. 정화 작업을 위해선 이곳 시설물을 철거해야 하는데, 최근 시민단체가 건물 존치를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일본육군조병창 역사문화생태공원 추진협의회’는 최근 부평구를 상대로 ‘캠프 마켓 조병창 병원(1776) 건물 해체 허가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고 26일 밝혔다. 1776 건물은 일제강점기 당시 조병창에서 일하다 다친 조선인 징용 노동자 등이 병원으로 이용했던 건물로, 보존할 만한 역사적 가치가 있다는 주장이다.

건물 철거 결정에 대한 시민단체 반발이 처음은 아니다. 이 단체는 함께 병원으로 쓰인 ‘1780 건물’ 철거가 결정되자, 2023년 6월 같은 행정소송을 낸 적이 있다. 그해 12월 인천지방법원에 건물 해체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인용해 작업이 중단됐는데, 지난해 6월 해당 건물을 일부 존치하기로 합의하고 단체가 소송을 취하(2024년 6월13일자 6면 보도)하고 나서야 작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

앞서 국방부가 캠프 마켓 오염토양 정화 작업을 위해 시설물 철거 여부를 검토할 당시, 인천시는 조병창 병원 건물을 비롯해 오염된 5개 건물 활용 계획이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국방부는 인천시가 음악창작소로 리모델링한 미군 건물 등 일부를 제외하고 전면 철거를 결정했다. 반면 시민단체는 2020년 국가유산청 권고를 근거로 조병창 병원 건물을 모두 보존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단체 공동대표이자 이번 행정소송을 담당한 김재용 변호사는 “1780 건물도 인천시와 국방부가 일부 존치하기로 결정했는데, 같은 병원 건물이자 국가유산청이 먼저 보존을 권고한 1776 건물이 전면 철거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조만간 법원에 건물 해체 집행정지 신청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평구에 소장이 송달된 건 지난 19일이다. 인천시에는 내용이 아직 전달되지 않았다. 캠프 마켓 정화 작업과 개방에 차질이 없으려면 단체와 관계기관 간 어떻게 합의점을 찾느냐가 관건일 것으로 예상된다. 1780 건물의 경우 행정소송 제기부터 소송 취하와 작업 재개까지 1년여가 걸렸다.

부평구 관계자는 “(시민단체가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인지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지도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못한 상태”라며 “내용을 검토한 뒤 대응 방안 등을 내부적으로 얘기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