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프 마켓’ 내 오염토양 정화 작업에 다시 제동이 걸렸다. 시민단체 ‘일본육군조병창 역사문화생태공원 추진협의회’가 최근 부평구를 상대로 ‘캠프 마켓 조병창 병원(1776호) 건물 해체 허가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번 행정소송으로 조병창 건축물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어 재평가가 불가피해졌다.
조병창 병원건물에 대한 역사적 가치는 법원에서도 확인한 바 있다. 2023년 시민단체가 낸 ‘조병창 병원건물 철거 중지 가처분 신청’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조병창 병원 건물이 “우리나라의 역사를 담고 있는 현장으로,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매우 크다”면서 “유네스코에서 정하는 역사상·민족학상 특별한 가치를 가지는 ‘건축물에 해당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런데 이 같은 평가는 ‘캠프 마켓’에 있는 무기 제조공장 일본육군조병창 병원 추정 건물(현 1780 건물) 위치에 ‘인천병원’으로 명시된 일제강점기 자료가 발굴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우선 조병창 병원의 기능도 확인됐다. 그동안 1780 건물이 조병창병원이라는 근거가 분명하지 않았으나 최근 허광무(일제강제동원 연구회) 연구위원에 의해 조병창 배치도면이 새롭게 확인되고 병원직원 근무자의 증언도 이뤄졌다. 조병창 병원 건물은 내과, 외과, 진료소 등으로 구획되어 있었으며, 주로 강제 동원된 조선인이 군수물자를 만들다가 다치면 치료받는 시설임이 밝혀졌다. 조병창 병원은 일제의 강제동원 피해의 역사적 유산에 해당한다.
또 1776호 건물도 조병창 건물이었음이 확인됐다. 그동안 인천시는 1780호 건물을 일부 존치하기로 결정하고 1776호 건물에 대해서는 명확한 방침을 내리지 않은 채 철거를 추진해왔다. 그런데 이 두 건물이 본래 한 구조물로 조병창 병원으로 사용됐으나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항공 폭격으로 둘로 갈라진 이후 미군이 별도의 건물처럼 등록해 사용해온 것임이 밝혀진 것이다.
조병창 병원건물의 기능이 일본 측 자료에 의해 확인됨으로써 역사적 가치가 분명해졌다는 점과 1776호 건물이 1780호 건물과 본래 하나의 건물이었던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인천시도 이 건물에 대한 역사적 가치를 재평가하면서 시민단체의 행정소송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또 조병창 병원건물에 대해서 국가유산청이 1780호 건물보다 먼저 1776호 건물의 보존을 권고한 사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