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세종고속도로 붕괴사고는 교량 상판 구조물인 ‘거더’(다리 상판 밑에 까는 보의 일종)가 한쪽으로 밀리면서 무너져 내리면서 발생했다. 공사에 사용한 ‘DR거더 런칭 가설’ 공법은 건설신기술로 알려져 있다. 해당 고속도로 안성 구간에 반영되는 공법 중 가장 많은 수의 교량에 선정돼 공사를 진행한 것이 경인일보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 이번 붕괴사고가 발생한 9공구의 입장2교(현 청룡천교)뿐 아니라 입장3교, 5공구의 승천천교·동천안JCT R-D교·동천안JCT R-F1교 그리고 오송지선에 오송1교(현 전동교) 등에도 같은 공법이 쓰였다.
국토부는 이번 사고와 유사한 공법이 쓰인 건설현장 공사를 전면 중지시킨 상태다. 해당 공법이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 때문에 공법이 지닌 자체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세종~안성 구간의 교량 분야 특정공법 소위원회를 열고, 외부 위원이 포함된 심의위원회를 거쳐 각 공구의 교량별 공법을 정했다. 2조원 이상의 대형 국책사업에서는 특정공법 수주 기회가 흔하지 않아, 당시 신기술을 지닌 업체 대부분이 입찰에 뛰어들었다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DR거더 공법은 교각 사이를 잇는 상판과 보를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보통은 지상 크레인이 거더를 들어 올려 설치하는 반면 DR거더는 특수 설치장비인 런처를 활용해 거더를 양옆에서 밀어 설치하는 기술이다. 구조 효율성이 높고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전문성이 높고 위험성이 큰 공법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2조원 규모의 국책사업에 가장 많은 특정공법으로 선정된 이유와 과정에 대한 의문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해당 공법은 2016·2017년 2년 연속 최다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신기술은 장려돼야 하지만, 사람의 생명이 걸린 건설현장에서는 무엇보다 안전이 담보돼야 한다. 안전이 입증된 신기술만이, 현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고속도로 등 국책사업들의 입찰 평가 방식에 문제점이 자주 있었다고 증언한다. 특허를 갖거나 신기술로 지정돼 있으면 입찰 시 조건은 똑같기에 (로비 등) 외부적 요인을 가하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원인을 알아야 제2, 3의 사고를 막을 수 있다. 대형 건설현장의 공법 선정 및 입찰과정을 검증하고, 문제점이 있으면 뜯어고쳐야 한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