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은 문화부 기자
이시은 문화부 기자

“괜찮아 보이는데… 잠깐, 거기 수유실 있어?”

가족끼리 시간 보낼 곳을 찾다보면 이렇게 ‘수유실의 벽’을 넘지 못하는 곳들이 꽤 있다. 아이 기저귀를 갈 곳이 마땅치 않아 못 가는 경우가 상당하다. 물론 주변 눈치를 무릅쓰고 개방된 공간에서 기저귀를 갈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했다가 ‘무개념 부모’로 찍혀 각종 커뮤니티에 오르내리고 싶지 않다.

이런 이유로 하나둘씩 거르다 보면 결국 가는 곳은 대형 쇼핑몰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숨 돌릴 틈을 찾던 전시장이나 공연장을 가는 건 포기한 지 오래였다. 아이 키우는 부모들이 몰린 곳에는 이유가 있다. 결국 다 기저귀 갈 곳을 찾아온 것이다.

궁금해서 한 번 찾아봤다. 예상을 깨고 정해둔 법이 있긴 했다. 처음엔 이 조차도 없을 줄 알았다. ‘모자보건법’에서 수유실 설치 규정을 정하고 있있다. 지방자치단체의 공연장, 전시장, 청사와 휴게소 등은 의무적으로 수유실을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 기저귀도 떼지 못한 아이를 데리고 공연장, 전시장에 갈 일이 얼마나 있을까. 수유실이 있지만 의미가 퇴색된 곳이 더 많을 터다. 이런 맥락에서 수원시립교향악단이 최근 선보인 ‘모차르트 이펙트’ 무대는 참 반가웠다. 간혹 들리는 아이 울음 소리는 정겨웠고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무대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나가 공연의 일부가 되기도 했다. 모차르트 이펙트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공연장 연령의 문턱을 낮추는 추세다.

유럽에선 일찍부터 무용, 클래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연장 문을 열고 어린 관객들을 맞고있다. 영미권에서는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음악회가 상시로 열리고 영국의 대표적인 클래식 공연장 위그모어홀에서도 2008년부터 영유아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를 선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시향의 행보를 시작으로 영유아를 포함한 생애주기별 문화행사가 이어졌으면 한다.

/이시은 문화부 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