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모를 산야에서 스러져간 호국영령, 아버지를 따라 만주로 건너가 무공을 세운 전사, 형제를 잃은 아픔에도 자원입대해 복무한 상이군경…. 나라의 숱한 위기 때마다 묵묵히 병역의무를 수행한 이들이 있다.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일을 가장 숭고하다고 여기는 ‘병역명문가’다.

병역명문가는 3대 이상 가족이 모두 현역 복무를 마친 가문을 말한다. 3대째 남성이 없는 경우, 여성이 군 의무복무 기간을 마쳤다면 신청 가능하다. 6·25전쟁에 참전한 국민방위군, 학도의용군, 역무원 등도 대상이다. 한국광복군, 독립군 등 국가보훈부에서 인정한 독립유공자 순국선열·애국지사도 예우한다. 자주독립을 위해 헌신한 백범 김구 선생 가문도 지난 2014년 특별상을 받았다. 병무청 홈페이지 병역명문가 명예의 전당에는 1만6천424가문 8만560명이 이름을 올렸다.

정부는 지난 2004년부터 병역명문가 선양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립공원이나 박물관·병원·리조트 등에서 예우를 받는다. 지정 대학의 장학금·채용 가산점도 받을 수 있다. 영외 매점(PX) 이용 자격은 손꼽히는 혜택이다. 지난 1월 20일부터는 현재 군에서 사용 중인 모바일 신분 인증 앱 ‘밀리패스’의 기차·영화·쇼핑 복지도 동일하게 누릴 수 있다.

경기·인천지역은 수원 화성, 김포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용인 한국민속촌, 부천 만화박물관 등에서 입장료 혜택이 있다. 인천유나이티드FC는 관람료를 할인해 준다. 경기도는 지난 2015년 지원 조례를 제정해 예우를 넓혀가고 있다. 올해 도청소년수련원 야영장과 캐러밴·글램핑 텐트 이용료 감면을 추가했다. 축령산·강씨봉 자연휴양림, 잣향기푸른숲은 입장료 면제다. 또 각 시군 지역주민에 한정했던 예우 대상을 국가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자유와 자유 아님이 갈리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속박하는 법이 어디서 오느냐 하는 데 달렸다. 자유 있는 나라의 법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에서 나오고, 자유 없는 나라의 법은 국민 중의 어떤 일 개인, 또는 일 계급에서 나온다.” 백범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자유’를 얼마나 열망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내일은 광복 80주년에 맞는 3·1절이다. 독립 조국의 문지기가 되어준 영웅들을 기억하는 날이다. 자유와 평화를 지킨 이들에 대한 사회적 존경과 예우는 곧 국격이다. 병역명문가는 가장 명예로운 대물림이다.

/강희 논설위원